눈 앞에서 놓친 승리···서봉수, 류사오광에 뼈아픈 1집반 역전패

서봉수 9단(왼쪽)이 18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2국에서 중국의 류사오광 9단과 대국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시종일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승기가 수차례 오간 두 노장의 승부는 결국 미세한 차이로 서봉수 9단의 석패로 끝났다.

서봉수가 다 잡았던 승리를 아쉽게 놓쳤다. 서봉수는 18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2국에서 중국의 류사오광 9단에 319수 만에 백 1집반 패를 당했다. 전날 농심신라면배 본선 1국에서 설현준 8단이 일본의 쉬자위안 9단에 패했던 한국은 이날 서봉수마저 초전에서 패하며 이틀 연속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둘의 맞대결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1993년 제2회 진로배 본선 5국에서 처음 만나 서봉수가 이겼고, 2019년 6월 신안 국제시니어바둑대회 16강전에서도 서봉수가 1집 반 승을 챙겼다. 이번 패배로 둘의 상대 전적은 서봉수 기준 2승1패가 됐다.

이번이 첫 대회인 농심백산수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1969년 이전에 출생한 기사 4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은 서봉수, 조훈현 9단, 최규병 9단, 유창혁 9단 등 한국 바둑을 이끌었던 전설들이 모두 출전했다.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18일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2국을 지켜보며 조훈현 9단과 대화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날 현장에는 서봉수를 응원하기 위해 다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전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훈현에 최규병, 유창혁은 물론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함께했다. 평소에도 기사들에게 부담이 갈까봐 대국장을 잘 찾지 않던 박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는 것은 이날 대국에 얼마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었다. 박 부회장은 두 기사가 돌 가리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두가 역사적인 현장을 보고 있다”고까지 했다.

대국은 시종일관 치열하게 전개됐다. 중반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흐름은 중앙으로 싸움이 넘어오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류사오광이 169수째 큰 실착을 범하면서 순식간에 서봉수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을 낙관한 서봉수가 상대가 착점하자마자 바로 착점을 이어가면서 실착이 여러개 나오며 다시 류사오광 쪽으로 기울었다. 막판 우상귀에서 패를 걸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기회가 있었지만, 단수를 치는 큰 실수를 범하며 결국 류사오광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본선 3국은 19일 중국과 일본의 대결로 열린다. 류사오광이 3연승에 도전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히코사카 나오토 9단이 출전한다.

베이징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