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대학살’로 들끓는 중동, 바이든은 방문 계획 수정
이스라엘군에게 포위된 채 공습당하고 있는 가자(Gaza)지구의 한 병원(알아흘리)이 10월17일 이른 저녁, 로켓을 맞았다. 이 지역을 통치하는 하마스의 보건부는 대규모 폭발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상당수 외신은 최소 500명으로 추산). 알아흘리 병원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다치거나 피난처를 찾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AP 통신(10월18일)은 불길이 건물을 휩쓸고 병원 부지에 시신 조각들이 흩어졌으며 그중 상당수는 어린이였다고 보도했다. 부지 주변의 잔디엔 담요, 책가방, 다른 소지품 등이 뿌려져 있었다고 한다.
가자지구의 병원, 누가 폭격했나?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이 사건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하마스 측은 이 사건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것이라며 “끔찍한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엄청난 사상자를 냈으나 지금은 공격당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와 연대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에게 책임을 물었다. 폭격 사건이 발생한 10월17일 오후 7시 직전엔 이스라엘군이 육지와 공중, 해상을 통틀어 가자지구를 공격한 바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여러 소식통의 정보”나 무장 단체 간의 교신을 감청한 결과, 이슬라믹 지하드가 알아흘리 병원 근처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드론으로 찍은 감시 영상과 감청 기록 등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방문 계획 수정
인구 230만명의 가자지구에서 ‘병원 대학살’로 인한 절망과 공포가 들끓는 가운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편으로 이스라엘 방문에 나섰다. 그의 목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공개 표명하면서도 ‘과도한 보복’을 자제시키고,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 등 다른 중동 국가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수도 암만을 방문해 이 나라의 국왕 압둘라 2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4자 회담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전용기에 오르기 직전 4자회담은 취소되었다. 알아흘리 병원 폭격으로 분노한 중동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꺼리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국영 TV에 나와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전쟁 중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엄성 존중’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마땅한 원조 제공’ 등을 회의 목적으로 승인할 때만” “요르단은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엔 이스라엘만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황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해 1400여 명(대다수가 민간인)이 사망했다. 200여 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공습을 가하고 있다. 물과 연료, 식량 등 가자지구로의 반입도 끊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로 진입해 지상전을 펼치면서 하마스를 소멸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자지구의 거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군대가 진입하면 싸그리 소탕할 터이니 가자지구를 비우라는 뜻이다. 지상전을 언제 감행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AP통신(10월18일)에 따르면, 10월17일 하루 동안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남부에선 민간인 수십명과 하마스 고위 인사 한 명이 사망했다. 이 통신사 기자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공습으로 숨진 시신 50구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은신처, 시설, 지휘부를 포격한다지만, 로켓엔 눈이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피신한 유엔 시설이나 난민 캠프도 폭격당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최소 2778명(9700명 부상)이 사망했는데 그중 2/3를 어린이로 추산했다. 공습으로 인한 잔해에도,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1200여 명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100만명 이상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남쪽의 이집트다. 그러나 이집트는 가자지구에서 본국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차단하고 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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