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성 닮은 프랑스 문학…‘결혼·여름’, ‘사물들’
가을의 한복판, 때로는 거침없이 한편으론 유려하게 우리를 매혹하는 프랑스 문학 세계와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삶 속에 깃든 철학, 일상에 스며든 예술을 담은 책 두 권을 골라봤다.
먼저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사유가 담긴 ‘결혼·여름’(녹색광선 刊)이 지난 8월 발간됐다. 그가 1936년부터 1년간 쓴 에세이를 모은 ‘결혼’과 1939년에서 1953년 사이에 집필한 에세이를 정리한 ‘여름’을 한데 묶은 책이다. 파멸을 향해가는 삶이라도, 세계 속에서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가는 이의 의지가 생생하게 맴돌고 있다.
‘결혼’엔 카뮈가 ‘이방인’으로 주목받기 전 무명 시절의 삶에서 묻어 나는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러 도시를 떠돌면서 자신의 육체와 세계를 맞댈 때 느껴지는 생생한 삶의 감각을 활자로 옮겼다.
‘여름’은 카뮈가 20대 중반부터 10여년 간의 청춘을 지나는 동안 써내려 간 기록의 모음집이다. 유한한 인간에 대한 사색, 예술과 역사에 대한 단상들, 일상 장소와 여행지를 오갔던 경험 등 다채로운 소재를 풀어내는 이 책에서는 행간 곳곳에서 읽는 이를 매혹하는 단어들과 시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문체가 특히 돋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관능이 묻어나는 카뮈의 문체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그의 에세이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청춘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영원한 젊음과 생명력이 넘실대는 산문을 마주한 독자들 역시 일상 곳곳에 피어나는 찰나의 감정들에 충실한 삶을 꿈꿀 수 있다.
소설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펭귄클래식코리아 刊)엔 1960년대의 프랑스 파리, 20대 청춘의 흔들리는 초상이 150쪽가량 짧은 분량의 지면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작가는 젊은 부부 제롬과 실비가 사회에 뛰어들면서 겪는 다양한 일들, 매일 마주하는 일상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단면들, 그로부터 이어지는 내면의 변화를 따라가며 책을 채워냈다.
페렉의 문체는 시종 간결하지만, 표현 하나하나에 세련된 통찰이 깃들어 있어 책장을 넘길 때의 매력이 극대화된다. 섬세한 묘사와 관찰이 계속되지만, 과열과 냉소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세공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부와 재화를 갈망하는 이들의 내면은 끝없는 욕구의 연쇄로 가득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느끼는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따라갈 때 독자들을 둘러싼 환경과 맞닿는 감상이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언행과 당시 시대상의 모습이 현대 사회와 정확히 겹쳐 보인다는 점도 소설이 현재까지 널리 읽히는 이유 중 하나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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