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되나…지자체·주민여론이 관건
"다음 지방선거에서 경기북부지사를 뽑자는 것이죠.""그렇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7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임기 안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을 처리하려면 내년 2월 9일까지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김 지사의 민선 8기 핵심 공약이다. 도에 따르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경기북부지역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김포시 등 북부에 위치한 11개 시·군이 포함된다.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을 행정안전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행정절차를 밟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되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0.31%p 올라"
도는 접경지역이 포함된 경기북부 지역이 수도권정비법과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첩규제와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으로 그동안 제약이 많았다는 입장이다.
고양시와 파주시 등을 제외하면 경기북부로 분류되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정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경기도 재정자립도 하위 10개 지자체 중 경기 북부로 분류되는 지자체는 6곳이다. 가장 낮은 지역은 동두천시로 13.94%를 기록했다. 경기도 내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화성시(61.08%)과 비교하면 4.5배 가량 차이난다.
그럼에도 경기도로 획일적으로 묶여 경기북부 지역의 규제가 완화되지 않았다고 도는 설명한다. 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립되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31%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달 25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 선포식'을 열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2024∼2040년까지 17년 간 총 213조 5000억 원 규모의 기반조성 투자와 민자유치 계획을 추진할 경우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31%p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도에 따르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없는 상황에선 GDP가 2023년 1997조8000억원에서 2040년 2633조5200억원으로 연평균 1.64% 성장한다. 만약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2040년 2772조 9400억원으로 연평균 1.95% 성장해 성장률이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3-Zone(콘텐츠미디어존 CMZ, 평화경제존 DMZ, 에코메디컬존 EMZ) 클러스터 조성 △9대 벨트(디스플레이, 모빌리티, IT(정보통신), 국방·우주 항공, 지역특화산업, 메디컬·헬스케어, 그린바이오, 에너지 신산업, 미디어 콘텐츠, 관광·마이스) 조성 △경기북부 시·군 인프라 확충 등 3대 전략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경기북부 될 바엔 서울시 되겠다"…지자체·주민 여론 모을까
도가 공식 요청한 사항인 만큼 행정안전부는 규정에 따라 ‘지방의회 의견 청취’나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도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는 행정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총선 전 주민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안통과까지 이뤄지면 오는 2026년 7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이 가능하다. 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을 알리기 위해 연천군을 시작으로 11월 15일까지 10회에 걸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시군별 비전 공청회’를 연다.
그러나 경기북부의 지자체마다 의견이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지자체는 김포시다. 김포시는 서울시와 상생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감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13일 김포 장기도서관 옥상정원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통통야행'에서 "김포는 경기도 내에서 '섬'아닌 '섬'이 돼 경기 남부, 북부와 지리적·문화적으로 단절된 상황"이라며 "경기도 북부와 남부가 나눠지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추진되면 지리적으로 연접해 있는 서울시와의 상생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의 경우 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이전 규제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5월 24일 고양시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제1회 고양미래경제세미나에서 "김동연 지사를 중심으로 특별자치도 설치가 논의되고 있는데 북부지역의 단체장으로써 환영하지만 사전에 해소돼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도가 된다 해도 성장 기반이 저절로 마련되는 것이 아니다.
남부에 비해 열악한 부북지역은 오히려 침체를 지속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고양시를 포함한 경기북부 10개 시·군이 연대해 유기적 협조체계를 갖추고 현안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경기북부경제공동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경기남도와 달리 북부는 규제로 가로막혀 있어서 발전이 더디다는 입장인데, 특별자치도가 된다고해서 규제가 바로 풀리는 것은 아니"라며 "특별자치도를 설립하기 이전에 과하게 규제된 지역이 있는지 먼저 살피고 세밀하게 조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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