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무대 선 시진핑, 美 겨냥 “일방적 제재·디커플링 반대”
“우리는 이데올로기 대립·집단 정치 게임 안 한다”
제조업 외국인 투자 제한 철폐·수십조원 투자 약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주년을 맞이한 세계 경제·군사 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중국만의 현대화가 아닌,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세계의 현대화”라며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는 물류 인프라 구축 가속화, 제조업 부문 투자 전면 개방 등을 실시해 보다 촘촘한 일대일로 그림을 그려갈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18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추진하는 세계 경제·군사 영토 확장 사업으로, 참여국에 도로·철도·항만·공항을 짓는 인프라 협력이 핵심이다.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지나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 남부~동남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가 중심축이다.
시 주석은 ‘단결하면 힘을 키울 수 있다(众人拾柴火焰高)’는 것이 일대일로의 이념이라며 “다른 사람의 발전을 위협으로 보고, 경제적 상호 의존을 리스크로 보면 자신의 삶을 개선하거나 더 빨리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의 세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인 동시에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對)중국 제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지정학 게임,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은 일대일로의 고품질 건설을 뒷받침할 8가지 조치를 공개했다. 먼저 일대일로를 따라 보다 입체적인 상호 연결·호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유럽 정기열차를 발전시키고 카스피해 국제 운수 회랑, 새로운 유라시아 물류 채널, 육·해·공 실크로드 건설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중국 경제의 대외 개방성도 보다 확대한다. 시 주석은 “실크로드 전자상거래 협력지대를 조기에 조성하고 더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및 투자보호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 부문의 외국인 투자 허가 제한 조치를 전면 폐지하고, 국유기업과 디지털 경제,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분야의 개혁도 심화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향후 5년(2024~2028년)간 중국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수출입 규모는 총 32조달러(약 4경3176조원), 5조달러(약 6756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가 기존에 집중했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에서 벗어나 ‘작지만 아름다운’ 프로젝트로 전향한 만큼 이 부문에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각각 3500억위안(약 64조원)의 융자 창구를 개설하고, 실크로드 펀드 기금도 800억위안(약 15조원) 증액해 시장 기반 및 상업적 방식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공동 건설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열린 기업가 회의에서는 972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협력을 이뤄냈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시 주석은 향후 친환경 인프라·에너지·교통 등 녹색 발전을 촉진하고, 향후 5년 내 다른 국가들과의 공동 연구소를 100개까지 확대, 과학기술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일대일로 참여국들과 관광 도시 연합을 설립하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협력 메커니즘도 개선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이제 일대일로는 ‘스케치’에서 ‘공필화(세밀하고 정교한 그림)’ 단계로 진입해 계획 지도가 실제 현장으로 바뀌었다”며 “일대일로 건설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그 결실과 기회는 전 세계의 것인 만큼, 일대일로의 새로운 발전을 더 높은 수준으로 수용하고 세계 모든 국가의 현대화 실현을 촉진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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