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 클린스만, 아시안컵 보고 판단하자[김세훈의 스포츠IN]
흘륭한 감독으로서 갖춰야 하는 조건들은 다양하다. △전술 구사력 △상대 분석력 △동기부여 능력 △팀 화합 능력 △용병술 △훈련 능력 △대외적 영향력 △선수단 장악력 △팬과 소통능력 △감독들과 친화력 △정치적 처세술 등으로 참 많다. 그걸 다 완벽하게 갖춘 지도자는 없다. 뭔가를 더 가졌으면 뭔가를 덜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어떤 스타일 지도자, 아니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선수에게 자유를 주면서 모든 걸 맡기는 감독이다. 장기판 말, 바둑판 돌처럼 자기가 원하는 축구를 하려고 선수들을 자의적으로 놓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고집은 있지만 어쨌든 선수들은 “벤투보다 클린스만 체제가 더 자유롭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를 중시해서인지 선수들 의견도 잘 수용한다. 튀니지전 후반 포지션을 바꿔달라는 이강인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장 손흥민의 요구도 대부분 들어줬다. 대한축구협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양하게 요구하라고 말한다. 선수들 말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소속된 단체에 추가적 도움을 주려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을 대접한다. 본인이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본인도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고 본인이 선수로서 자유롭게 뛰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점은 전술 능력 부족이다. 이건 과거 클린스만 감독이 여러팀을 맡으면서도 그랬다. 한국에서는 코치들이 클린스만 감독의 단점을 메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리더와 팔로워, 조직원이 단점을 서로 메우는 건 조직 논리로는 맞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에 올인하지 않는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본인이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는 걸 너무 즐긴다. “국가대표 감독은 국제적으로 활동해야한다”는 말도 수긍할 만한 주장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출신이지만 미국인에 가깝다. 계약, 규정을 지키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건 뭐든 하려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튀니지, 베트남을 완파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특별한 용병술, 전략은 없었다. 선수들이 월드컵 예선, 아시안컵을 앞에 두고 조금 더 열심히 뛴 결과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도 평가전에서는 엉망이었지만 실전에서는 잘 하지 않았나.
클린스만 감독 외유에 대해서 불만인 팬들이 적잖다. 한국대표팀에 더 올인해달라는 요구는 국민으로서는 당연하다. 이게 ‘메인 잡’이기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걸 수행하는 방식이 우리 생각과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우리는 클린스만이 국내에 머물며 축구장을 계속 다니기를 원하지만 클린스만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한국대표팀에 기여할 부분을 찾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화려한 선수시절, 자기방식으로 감독을 하면서 나름 성공을 경험한 세계적인 스타라면 더욱 그렇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 스태프 말을 잘 듣고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게 요즘 세대에 맞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축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는 것이다. 물론 결정과 책임은 감독의 몫이다.
축구에서 용병술, 전술능력 등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축구는 한 두 명만 다른 마음을 먹으면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성과 같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가 생각하는 최고 감독은 아래와 같다.
‘한 가지 공통된 목표를 위해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가 다른 생각, 다른 마음 없이 죽을 때까지 뛰게 만드는 지도자.’
클린스만 감독이 그럴 가능성이 있는 지도자인지, 아시안컵을 보고 판단해야겠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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