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바이오로직스, '레고처럼 척척' 네쌍둥이 공장 짓는 이유

송도(인천)=지용준 기자 2023. 10. 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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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에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 1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바이오캠퍼스 5공장 건설 현장. 골조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 타워크레인에 매달린 길이 10m 크기의 철근콘크리트 부재가 레고처럼 짝을 맞추고 있었다. 부재는 미리 제작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다. 5공장은 빠른 완공을 위해 모듈 방식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모듈식 건축은 건물의 구성 요소를 공장에서 제조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듯 건설하는 프로세스다. 시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날씨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장 건설을 위해 많은 인력들이 투입돼 거푸집을 쌓고 철근을 심는 일도 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제5 공장 건설 현장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지반을 다진 이후 공장 건설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총 1조9800억원을 투입해 9만6000㎡ 규모로 건설되는 제5 공장에는 1만5000리터(ℓ) 바이오리액터 12개가 탑재된다.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압도적인 1위인 총 78만4000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5공장의 건설기간은 약 24개월로 2025년 4월 준공이 예정됐다.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앞당겼다. 동일 규모의 공장인 제3 공장 건설기간과 비교하면 1년가량 단축된 것이다. 배형우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TF 그룹장은 "공장 건설은 현재 20%정도 완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형우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TF 그룹장이 인천 송도 5공장 건설 현장에서 5공장에 적용된 삼성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부터 네쌍둥이 공장 짓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이외에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에 5공장과 같은 생산능력(18만ℓ)을 가진 제6·7·8 공장과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순서대로 건설할 계획이다. 2032년까지 모두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특징은 5·6·7·8공장마다 '쿠키컷' 디자인이 적용된다. 쿠키컷은 특정 디자인 등을 반복해서 사용해 건축물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EPCV 센터장(부사장)은 "쿠키컷을 결정한 것은 우선 생산시설에 대한 표준화된 운영 절차가 필요했다"며 "기존 공장마다 다르게 진행하던 시스템을 5공장부터 통일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기존 1·2·3·4공장은 메인 생산시설이 4개층으로 분산돼 있었다면 5공장은 3층에 모든 생산시설을 배치했다. 1~4공장 건설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5공장에 접목했다는 설명이다. 5공장의 의약품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네쌍둥이 공장을 목표하는 배경이다.

그동안 각각 다른 형태로 지어진 1·2·3·4공장은 배치된 부품의 호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특히 공장마다 생산의 개념이 달라져 직원들을 다른 공장에 배치하려면 다시 교육해야 하는 상황도 더러 있었다.

노 부사장은 "공정 작업 측면에선 1·2·3·4공장은 반응기나 정제 설비를 운영할 때 단계별로 사람들이 개입해야 하는 절차가 많았다"며 "개입 빈도가 높은 만큼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쿠키컷 방식은 통일화한 생산시설을 통해 기존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EPCV센터장(부사장)이 5공장 및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준공 서두르는 이유


5공장 준공을 서두르는 이유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위탁생산(CMO) 점유율 30%를 유지하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노 부사장은 "주력 CMO 사업인 항체의약품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적정한 (사업) 템포를 쫓아가고 있다"며 "올해만 하더라도 수주 실적을 초과할 정도로 좋은 업황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사업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의약품 추가 생산을 요청하는 형국이다. 2022년 기준 8805억원 규모 7건의 증액 계약이 이뤄졌다면 올해에는 9개월 만에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은 9862억원 규모 8건의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증액을 요청한 기업은 GSK·일라이릴리·로슈·화이자·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가 주를 이룬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기존 15~20%에서 20% 이상인 3조6016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회사의 성장은 4500명의 임직원들이 힘을 보태준 덕분"이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송도(인천)=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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