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속탄 탑재’ 에이태큼스 우크라 인도···실전서 첫 사용

선명수 기자 2023. 10. 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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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서 미 육군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수개월간 미국에 지원을 요청해온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최근 인도 받아 실전에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는 최대 사정거리는 짧지만 한 발에 950개의 새끼탄을 포함하고 있는 집속탄을 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으로부터 최근 인도 받은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이날 동부전선에 위치한 러시아 공군기지 두 곳을 공격하는데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에이태큼스 발사 영상을 공개하며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공군의 활주로가 손상되고 헬리콥터 9대와 탄약고, 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비롯한 군사 장비 다수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심야 연설에서 “에이태큼스는 매우 정확하게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실전 배치 사실을 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NYT에 소수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최근 며칠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으며, 러시아의 공격을 우려해 비밀리에 인도 작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며 에이태큼스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무기에서 열세를 겪으며 미국에 최대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에이태큼스 지원을 집요하게 요청해 왔지만, 미국 정부는 그간 확전을 우려해 지원을 주저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에이태큼스를 보유하면 전선 너머의 러시아 병참기지와 사령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 내 세바스토폴 해군기지를 사정권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와 영국이 지원한 사거리 250㎞의 스칼프(스톰섀도) 미사일을 최근 크름반도 타격에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은 이번에 사거리가 최대 160㎞로 더 짧은 기종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지원했다. 이는 자칫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시도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선 안 된다는 게 지원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 기종에는 집속탄이 탑재돼 있다. AP통신은 “집속탄은 여러 표적을 타격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사정권 내에 있는 베르디안스크 러시아 비행장 등을 공격하는 데 에이태큼스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베르디안스크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으로,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 기지는 160㎞ 가량 떨어져 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여개의 ‘새끼 폭탄’을 품고 있는 형태의 무기로, 모폭탄을 투하하면 공중에서 새끼 폭탄이 사방으로 흩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폭발을 일으킨다. 타격 능력은 크지만 민간인 살상 위험 때문에 국제적인 금지 협약까지 체결된 무기다. 불발탄이 땅속에 지뢰처럼 남아 있다가 수년 뒤 터져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인 살상 무기로 분류됐다. 이번에 미국이 지원한 무기에는 폭탄 한 개당 950개의 새끼탄이 들어 있다.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한 것은 지난 7월 155㎜ 포탄(한 발에 새끼탄 72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해 집속탄의 민간지역 사용을 피하고 불발 확률이 낮은 것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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