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훈련, 기회, 신뢰 그리고…‘산전수전 199일’ 이승엽 감독이 던진 ‘마지막 키워드’

안승호 기자 2023. 10. 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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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이 지난해 말 두산 지휘봉을 잡으며 던진 화두는 ‘훈련’이었다. 또 ‘소통’이었다. 이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보다 많아진 팀 훈련량을 기반으로 선수 한명한명에 세밀하게 접근하며 두산 야구의 새 그림을 그렸다. 이 감독 스스로 느끼는 ‘정확한 만족도’는 이 감독 마음속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지난 4월1일 이후로 199일간 이어진 정규시즌을 마치면서는 시행착오가 적잖았던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경기 전 미디어 브리핑 시간에 “야구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여러 각도의 생각이 함축된 얘기를 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인 이 감독 본인과 삼성 전성시대에 타격 지도를 맡았던 김한수 수석코치, 두산 황금기의 타격 ‘교관’이던 고토 고지 타격코치 등 타격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화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에 우선 고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지표의 아쉬움’을 끄집어내기도 했는데, 실제 두산은 올시즌 팀타율 9위(0.255), 팀 OPS 6위(0.705)로 타격 지표가 팀 순위를 늘 밑돌았다.

이 감독은 착실한 ‘스몰볼’로 돌파구를 열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붙박이 4번으로 기대했던 김재환의 부진으로 중심타선 무게감이 떨어진 가운데 ‘작전수행력’으로 전체 타선의 흐름을 이어줘야 할 하위 타순 타자들의 스몰볼 실행력도 눈높이만큼은 아니었다. 두산은 올시즌 희생번트 성공 개수가 57개로 공동 8위였다. 이 같은 현상이 누적되면서 1~2점 승부에서 희생번트가 필요한 타이밍에서도 벤치에서 살짝 머뭇거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겨우내 강도 높은 ‘훈련’으로 ‘땀’을 흘렸다. 젊은 선수를 비롯한 노력하는 선수들에 ‘기회’를 주려고 했다. 또 최대한 ‘신뢰’를 갖고 인내하며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물’이 더디 나오며 지속성을 갖고 가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 연합뉴스



이 감독이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던진 키워드는 ‘유연성’이었다. 선수 각각의 보직, 타순 등 고정화돼있는 이미지를 벗어나 순발력 있는 선수 기용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그에 맞는 움직임을 보였다. 예컨대 불펜 보직을 파괴하고 시즌 막판 경기들을 치렀다.

지난해 9위에 오른 두산은 결과적으로는 올시즌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전력 변화는 양의지라는 공수겸장 포수가 가세한 정도였는데, 그에 따른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의 2023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19일 4위 NC와의 창원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시작으로 가을야구 벼량 끝 승부를 벌인다. 그야말로 그때마다의 벤치 ‘판단’과 ‘유연함’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감독은 두산 야구의 큰 줄기를 다시 잡으려면 적어도 겨울을 보내야하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전은 또 다르다. 더구나 두산은 정규시즌 팀 역대 최다인 11연승의 역사를 쓰면 일정 기간 굉장한 상승 무드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 감독에게는 또 다른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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