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신경영 외친지 30년...'KH 유산'으로 삼성 11배 '폭풍성장'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30년 전인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켐핀스키호텔에서 전 세계 수백명의 삼성그룹 임원을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라는 어록을 남긴 '신(新)경영 선언'을 한 30년 전과 지난해 삼성그룹 및 삼성전자 자산규모·매출액·고용인원 수치의 변화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고,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는 평가가 경영학 구루들 사이에서 나온다.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기념해 한국경영학회는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과 사회공헌,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하기 위해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신경영 30주년 국제학술대회에는 경영·경제·인문·인권 분야의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연사로 초청돼 △기술 △전략 △인재 △상생 △미래세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 6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신경영이 갖고 있는 현재적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어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자유무역기조가 무너지고, 자국우선주의와 블록화가 심해지면서 신경영 선언 후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신경영의 정신을 재조명하는 오늘의 행사가 한국 기업의 미래 준비에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명예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았다"면서 "이 선대회장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반도체·전자기기와 같은 삼성의 주력상품이 아닌 라면이나 국수를 팔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라고 이 선대회장의 선구안을 극찬했다.
이어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을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이브 루스에 비유했다. 그는 "이 선대회장은 삼성이 잘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초일류 지위를 선점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대다수 리더들이 행동에 옮기지 않았지만 이 선대회장은 반도체·스마트폰 등 사업에서 공언한 목표들 이뤄냈다"면서 "베이브 루스가 인터뷰 중 배트를 가리키며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친 것이 연상된다"라고 이 선대회장의 추진력과 리더십을 분석했다.
아울러 마틴 교수는 "'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삼성이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면서 "할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산업군이나 세그먼트에 진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을 제언했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및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KH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김태완 카네기멜론대 경영윤리 교수는 삼성의 어린이집 사업에서 나타난 윤리경영 특징 3가지를 소개하며 "윤리를 이윤의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둔 사회공헌"이라고 정의했다.
스콧 스턴 MIT 경영대 교수는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전략' 주제 발표를 통해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 선대회장의 '가능성을 넘어선 창조'는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비즈니스 대전환 시대의 성장 전략'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맥그래스 교수는 "30년 전에 만들어진 삼성 신경영은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식으로 수립됐다"면서 "신경영을 현시점에 맞게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사 분야의 조언도 이어졌다.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사'를 주제로 "저비용 생산자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삼성을 이끈 지금까지의 성공 요소가 반드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해 새로운 사업 환경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세대와 함께 도전하는 새로운 삼성'을 강연 주제로 미래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신흥국에 영향을 끼친 'KH 유산'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삼성의 글로벌화가 신흥국에 주는 함의' 주제의 강연에서 신흥국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혁신·글로벌화' 등과 같은 과제에 삼성 신경영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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