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계에 홀려 동남아 北식당에 달러·생필품 챙겨준 IT사업가

국보법 등 위반 불구속 송치
‘여종업원과 애정관계로 편의 제공’ 진술
“내가 식당의 작은 사장” 공동체처럼 지원
정찰총국 소속 부사장과 7년간 연락
‘충성자금’ 차질 등 실시간 공유

서울경찰청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경찰이 동남아시아에 있는 북한 식당에 수년 간 드나들며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인 부사장과 연락하고 식당 운영을 도운 국내 IT 사업가를 검거했다.

18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사업가 A(52) 씨를 국가보안법과 마약류관리법,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지난 13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수십 개 정부·공공기관에 IT 프로그램을 납품·유지·보수하는 업체의 대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출입국이 제한되던 시기를 제외한 2016년부터 7년간 해외 북한 식당에 출입해 정찰총국 소속인 식당 부사장 B씨와 연락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8년부터 북한 식당 부사장을 해외 메신저·국제전화 등을 통해 직접 연락한 A씨는 미화 4800달러(약 650만원)와 2070만원 상당의 공연 물품, 의류, 피부관리 용품, 식자재, 마스크, 의약품 등을 제공했다. 이중 미화 일부는 북한 본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도 식당 측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경찰은 해당 의약품을 A씨에게 준 지인 B(49) 씨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송치했다.

A씨는 경찰에 식당 여종업원과의 애정관계 때문에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서로의 소속과 하는 일 등을 밝혔으며 식당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본국에 보내는 ‘충성자금’ 차질 문제 등 내부 속사정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심지어 여종업원 속옷 사이즈 등도 공유 대상이 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내가 식당의 작은 사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제 공동체 수준의 전반적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봤다. 그는 해당 식당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에 10여 차례 작성하기도 했다.

B씨는 남북관계 등 상황 변화에 따라 A씨에게 ‘채팅기록 삭제’ 등 보안 유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또 미얀마 정부가 의뢰했다며 A씨와 미얀마 정부 반대세력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논란이 된 해당 식당은 북한의 유명 식당 청류관의 해외 분점으로 미얀마, 라오스를 거쳐 현재 중국 단둥으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북한식당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일 뿐 아니라 공작기관의 거점 장소임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며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방첩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