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앞에서 울던 19세 수지 vs '이두나!' 안고 싶다는 29세 수지 [스타공감]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가수 겸 배우 수지가 걸그룹 아이돌 스타로 세계 안방 문을 두드린다. 가수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멜로드라마 '이두나!'를 통해 '제2의 자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걸그룹 멤버이자 스타, 이두나 역을 맡는다.
쿠팡플레이 '안나'(2022)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수지는 차기작으로 판타지 로맨스물을 택했다. 스타 아이돌과 평범한 청년의 사랑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다. 다소 굴곡지고 깊었던 안나와 다른, 또래의 캐릭터 거기에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차기작으로 택했다. 안전한 필모를 택했다고 여겼지만, 수지의 이유에 귀를 기울이니 꽤 의미심장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두나!' 제작발표회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렸다. 수지와 남자주인공 양세종를 비롯해 메가폰을 잡은 이정효 감독이 자리해 기자단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팝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두나는 눈에 띄는 외모와 특출한 실력으로 최정상의 위치에 자리한 걸그룹 드림스윗 멤버다. 멤버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이두나는 어느 날 돌연 무대를 이탈, 은퇴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춘다. 그룹과 회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멤버들의 질투로 심적 부침에 시달리던 두나는 세어하우스에 자신을 숨기고 살아간다.
수지는 왜 차기작으로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택했을까. 그는 "처음 대본을 받고 원작 웹툰부터 찾아봤다. 작품의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라며 "원작을 보니 정말 설레더라. '이두나'만이 가진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동안 안 해 본 캐릭터기도 했고 캐릭터 자체에 마음이 쓰이기도 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대본을 읽으면서 간질간질하고 설레서 '꺄악'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조금 더 나이 먹기 전에 참여하고 싶었다. 지금 예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차기작을 선택한 배경을 얘기했다.
수지의 마음을 가장 이끌었던 건 이두나에게 '미쓰에이 시절이 보여서다. 두나는 눈에 띄는 외모와 특출난 실력으로 가장 반짝이는 아이돌 스타가 되지만 그만큼 감당할 것도 많다. 어쩐지 과거의 수지와 닮은 분위기다. 실제로 그러했다. 수지는 두나를 연기하며 미쓰에이 시절이 자꾸 떠올라 아픔팠고, 이를 꾹꾹 누르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그때 힘들었던 순간들을 정말 모르기도 했고, (스스로)부정한 것 같기도 하고 애써 밝게 넘어갔던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라며 ""두나는 온전히 힘들어하고, 힘듦을 마음껏 표출한다. 실제의 전 꾹꾹 숨겼던 편이다. 그래서 두나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문득문득 많이 공감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수지는 이두나에 대해 "날카롭고 경계심도 많은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속을 알 수 없지만, 알고 보면 사람도 좋아하고 사랑이 고픈 인물"이라며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수지가 자신과 닮으면서도, 다른 이두나에게 느낀 감정은 '공감'과 '위로', '연민'인 듯 했다. 이날 유독 "(두나를) 안아주고 싶었다"는 표현을 많이 했던 그다. 아마도 과거 미쓰에이 시절 한창 스타로 발돋움하며 가졌을 부담감에 대한 공감이자 연민일 것이다. 이두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고 싶다는 말로도 들렸다.
성장통이 보이던 10년 전 수지
과거와 조우한 수지, 성장의 계기됐으면
두나에 대한 수지의 '연민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다. 10년 전인 2013년 MBC 퓨전사극드라마 '구가의 서' 제작발표회 당일이다. 배우 이승기와 주인공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자들과 만난 수지는 한창 커리어를 쌓던 중이었다. 미쓰에이 활동과 연기 활동을 겸업하며 쉼 없이 활동했다.
동시에 미쓰에이 멤버들과 수지의 기량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진 시기였다. 수지가 승승장구 할수록 그룹 멤버들에게 느껴지는 부담감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인상적 이미지를 남긴 수지는 곧바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미쓰에이 수지 보다 신예 배우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당시 수지에게 가장 많이 따랐던 타이틀은 '국민첫사랑'에 이어 '돌아다니는 중소 기업'이다. 쉴 틈 없이 활동을 이어가던 때다.
문제의(?) '구가의 서' 제작발표일, 취재진의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관심사인 '수지의 매출' 혹은 '인기에 대한 소회', '배우로서의 입지' 등에 쏠렸다. 특히 수지가 올리는 매출이 JYP엔터테인먼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던 때고, 수장 박진영은 신예 그룹을 운영할 때는 특정 멤버가 매출을 올리더라도 엔분의 1 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공연히 말하던 때 였다.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무례하거나. 노골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에 조금씩 생각에 잠기던 수지는 돌연 눈물을 쏟았다. 의아했던 취재진. 그러나 누구도 수지에게 왜 우느냐고 묻지 않았고, 분위기를 흐렸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잠잠히 수지가 눈물을 그치길 기다렸다. 당시 수지의 눈물에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해서는 안되고 그건 저의 몫'이라는 뉘앙스가 풍겼다. 대형 엔터 기업의 신예 걸그룹의 막내로, 연기자로 쉼 없이 달리던 수지의 부침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그의 나이 불과 19세다.
기자는 미쓰에이가 데뷔하기 전 우연히 JYP 구 청담동 사옥에서 멤버들과 마주친 일이 있다. 모두 개성과 실력이 출중했다. 데뷔 후에도 미쓰에이를 빛낸 건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역시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닌 건 수지였다. 마치 이두나처럼. 연습생에서 걸그룹으로 또 배우로 많은 활동을 병행하며 홀로 자리를 잡는 과정까지 수지에겐 많은 일들이 펼쳐져을 것이다. 그 성장의 시기를 거쳐 온 수지는 '이두나!' 통해 과거의 자신, 사람들과 조우한 듯 하다. 동시에 20대 막바지에 다른 아름다운 자신을 남길 수 있는 화양연화다.
수지가 이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안성후 기자, 넷플릭스 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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