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비판했다고?…英 가디언, 40년 활동 화백 해고

이윤정 기자 2023. 10. 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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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가 배 수술하는 만평 제출
가자지구 윤곽 잘라내는 모습 포함
가디언 측 “반유대주의적 비유 문제”
벨 “존슨 베트남 전쟁 만평 패러디”
스티브 벨이 그린 만평. 엑스 갈무리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40년 간 만평을 그려온 작가 스티브 벨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는 만평을 그렸다가 해고됐다.

1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벨은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가 권투장갑을 끼고 직접 자신의 배를 수술하는 듯한 모습을 만평으로 그려 가디언에 제출했다. 총리 배에는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윤곽을 잘라내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벨은 4시간 후 “가디언에서 ‘불길한 전화’가 걸려왔다”며 “가디언 측이 반유대주의적 비유를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벨의 그림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1파운드 살덩어리’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곡에서 무역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할 경우 살 1파운드를 달라고 요구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수세기 동안 유대인을 탐욕스럽고 돈에 집착하는 인종차별적 묘사를 조장하는데 사용돼 왔다.

이후 가디언은 자사에서 40년 동안 일한 벨을 해고했다. 가디언 뉴스미디어(GNM) 대변인은 “스티브 벨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스티브 벨의 만화는 지난 40년 동안 가디언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벨은 BBC에 해당 그림이 셰익스피어 희곡이 아닌, 1966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작가 데이비드 레빈이 그린 만평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배에 있는 베트남 지도 모양의 수술 흉터를 보여주는 만평(미국 작가 데이비드 레빈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만평 속에는 ‘데이비드 레빈을 본떠’(After David Levine) 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다만 BBC는 벨이 반유대주의적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2020년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제레미 코빈 전 영국 노동당 대표의 머리를 접시에 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의 만평은 유대인 왕 헤롯이 세례 요한의 머리를 딸인 살로메에게 선물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은 올초 또 다른 만평가 마틴 로슨이 BBC 회장 리처드 샤프를 묘사한 만평이 반유대주의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이자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 주간지 ‘더스펙테이터’는 “벨의 만평을 보고 ‘샤일록, 살덩어리, 반유대주의’를 연상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면서 “존슨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베트남 전쟁처럼 하마스와의 전쟁 역시 네타냐후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므로 이 비유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머와 풍자의 기준이 불가능할 정도로 협소해지면 우리의 토론과 문화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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