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늘린다고 필수의료 회복은 착각…충분한 보상·워라밸로 보완해야"
의료분쟁 지원, 처우 개선 등 제안하며 협상 나설 듯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의 반발과 저지를 이번에는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다수 의사단체는 국내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의료 종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인력배치도 보건의료체계 때문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정부 제도가 문제이며, 의대 증원을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의 낙수효과로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 결정에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의사 파업과 엄포에 번번이 무산된 증원…논의도 순탄치 않았다
의사단체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 대규모 파업으로 정부에 맞섰다. 당시 의료대란이 장기화 하면서 큰 혼란과 불편이 뒤따랐다.
정부는 결국 그해 8월 '2002년까지 의대정원을 10% 감축하며 전공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냈고, 교육부는 한 해 3507명이던 의대입학 정원을 3156명까지 4년에 걸쳐 351명 줄여갔다.
이후에도 의대정원은 2004~2005년 3097명으로 감축되다가 2006년에는 당초 계획보다 적은 3058명까지 줄었다. 이후 의대 정원은 연간 3058명으로 고착화 돼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에 미래 의료 수요를 감안하면 의사 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으나 의협 등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사회적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의대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복무의사 선발로 10년간 400명,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당시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한 의사단체는 "끝을 보겠다"며 총파업에 나섰다.
의사들의 저항은 상당히 컸고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며 국가고시 참여도 거부했다. 여당은 '의대증원, 공공의대 추진 원점 재검토'로 꼬리를 내렸다.
정부와 의협은 2020년 9월 4일 코로나19 유행이 안정될 때까지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하며 이후 원점 재검토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9·4 의정 합의'에 서명했다.
의대증원은 3년 가까이 미뤄지다, 올 1월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필수의료 강화·의료체계 개선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열린 10차 협의체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원점에서 논의하자,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사실상의 '의대증원'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알려지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특히 정부가 파격적인 의대증원 안을 내놓는다는 보도가 최근 빗발쳤고 오는 19일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드러날 수 있겠다는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커졌다.
다만 확대 규모는 의협의 거듭된 반발 등으로 19일 정부 발표에서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확대 원칙만 언급한 채 앞으로 의협과 추가 논의한다는 스탠스이고, 의협은 지난 17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3년 전보다 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상태다.
◇"단순 증원 안 돼"…의료계 요구안 들고 협상 나설 듯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와 의사단체의 입장은 극과 극이다. 정부는 의료 수요 대비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대부분의 의사단체는 이같은 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미온적이다.
국책 연구기관 연구 결과 등을 부정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와 소위 '돈 잘 버는 진료과' 선호 현상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을 회원으로 둔 한 의사 단체장은 "단순히 의대증원만으로 필수의료 등에 의사가 늘 거란 생각은 (정부) 착각이다. 아무리 많이 뽑는다 한들 부족한 것은 똑같다"고 털어놨다.
또 "지방 병원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을 봤을 때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보상과 워라밸로 보완해야지 의사를 늘려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기피 과 의료인의 획기적인 처우 개선, 의료분쟁 시 분쟁 비용 국고지원, 필수·지역의료 수가 현실화,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 지원, 필수의료 민관 협력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정부 방향성과 일치한다. 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의협에 요청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원칙은 정부와 의협 간 통계에 기반한 논의는 물론, 의협이 제시한 의료계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협상이어야 풀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전날(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협회에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필수의료에서 의대정원 문제는 사실 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대증원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풀어갈 문제라면서도 실제 증원 규모에 대해 이 회장은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의료계 내에서도 지금이 적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협의체에서 근거를 갖고 소통해 접근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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