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도 정당 눈치 봐야하나" 비위의원 솜방망이에 일침
"제명 권고 무시한 채 제 식구 감쌌다"…소신 있는 의정활동 해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구의회가 수의계약 비위 혐의로 1·2심 벌금형이 선고된 기대서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공개 사과'로 징계를 의결한 가운데 동료 의원의 뼈 있는 일침이 눈길을 끈다.
의회가 의원이 저지른 범법행위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배경 중 하나로 일당 독점 정치 지형을 꼽으며, "주민 대의기관으로서 소신을 꺾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 북구의회 진보당 손혜진 의원은 18일 열린 제289회 임시회에서 기대서 의원에 대한 출석정지 30일·공개 사과 징계안 가결 직후 신상 발언을 통해 "일당 독재는 주민을 위한 봉사자를 자처한 기초의회에도 존재하고 있었다"고 일갈했다.
손 의원은 "8대 의회에서 기 의원이 계약 비위 사건으로 의회 명예를 실추시키고 윤리 강령을 위반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떤 징계 절차도 밟지 않고 있었다. 최근 2심 재판 결과가 전해지고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온 의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9월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원 징계 절차의 투명성·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가장 높은 징계 수위인 '제명'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며 "주민 눈높이에서 기 의원의 범법행위가 주민 투표에 의해 선출된 기초의원 자격을 박탈할 만큼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권고에도 불구하고 윤리특위는 해당 징계안건에 대해 이렇다 할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대법원에 상고 중이다', '제명은 과하다'는 형식적 의견만 낸 채 표결로 징계 수위를 낮춰 의결했다"고 꼬집었다.
손 의원은 "윤리특별위원으로서 끝까지 제명 의견을 제시했으나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하지 말라는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북구의회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며 대의기관의 권위를 떨어뜨린 결과를 초래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의 특수한 독점 정치 지형이 지역 발전은 커녕,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오는 안타까운 현실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의원 스스로 주민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인지, 행정 난맥상을 짚는 구정 질문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끝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징계안 처리 과정에 옳고 그름의 판단의 기준까지 정당 눈치를 보는 상황에 무력감을 넘어 절망감을 느꼈다"면서도 "진정한 민주주의와 정치적 다양성이 존중 받는 의회로 거듭나 신뢰 속에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의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을 당부드린다"며 발언을 마쳤다.
이날 북구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가 상정한 기대서 의원에 대한 출석정지 30일·공개 사과 징계안을 재석 의원 19명 중 14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를 두고 3년 넘게 머뭇거리다 등 떠밀리듯 징계 절차에 나선 의회가 결국 '솜방망이', '동료 의원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과정에 의원 징계에 대한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법제화된 윤리심사자문위의 권고까지 경시, 무색케 해 공분을 샀다.
앞서 기 의원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북구청 발주 시설 개선·비품 구입 등 각종 사업에 개입, 자신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업체 2곳이 구청 수의계약 10건(9170만 원 상당)을 따낼 수 있게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기 의원은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았고, 지난 7월 자신이 낸 항소도 기각됐다.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최근 기 의원은 "법적으로 다퉈보겠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기 의원은 지난 2020년 당시 경찰 수사와 함께 당내 징계 절차가 거론되자, 탈당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9대 의회에도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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