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자유-독재 진영 대결로 유엔 안보리 마비…심각한 위기”
국가안보실장 “북 비핵화 위해 국제 연대·협력”
전 핵·WMD 부차관보 “한반도 억제, 미 행정부 변화와 무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응징력이 자유-독재 진영 간의 대결 추세로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기능 마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안보대화(SDD)’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모든 나라가 안보리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유엔의 무용성까지 비판하고 있다”며 “심각한 위기이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중동 정세뿐 아니라 국제 안보와 식량, 에너지, 세계 경제 전반이 악화하고 있다며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안보리 제재 결의라는 국제 규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이것이 “탄약을 비롯한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이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후 변화, 지속가능한 발전, 안보 문제는 아무리 국력이 강하고 자원이 많은 나라라고 해도 혼자 해결할 수 없다. 모두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글로벌 안보 환경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방문길에 오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는 “중동 문제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직접 외교활동을 하시는 것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고 성공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축사를 통해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제와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지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자유는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손잡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와 번영이 보장되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12회차를 맞은 SDD는 세계 각국, 국제안보기구의 고위급 국방 관료들과 안보전문가들이 토론하는 국방부 주관 포럼이다. 지난 17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올해 SDD는 ‘자유·평화·번영을 향한 협력과 연대’라는 대주제를 두고 해외 56개국과 2개 국제기구에서 온 안보 관련 인사 800여 명이 머리를 맞댄다. 호주와 말레이시아, 몽골, 브루나이, 피지에서는 장관급 인사가 참여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모냐 일레인 번 전임 미국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부차관보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효과적인 북핵 위협 억제의 핵심”이라며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공약과 억제력은 미국 행정부의 변화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앵거스 랩슬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정책기획 사무차장보는 “권위주의 독재 정권은 필연적으로 핵을 개발할 유인을 가진다. 공동의 이해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 사이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리자와 키요시 일본 방위심의관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실효적인 이행을 위해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영국 등과도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요시 심의관은 특히 이날 오후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만나 한·일 국방 당국 사이 신뢰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수준에서의 교류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양국 국방차관의 회담이 성사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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