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푸틴 따듯이 맞이한 중국, 일대일로 대외정책에 악영향"

강영진 기자 2023. 10. 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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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슈머 미 상원의원, 시 주석에 "푸틴 멀리하라" 강조
17일 중국 방문한 푸틴 붉은 카페트·군의장대 등 환대받아
서방에 왕따된 푸틴, 중국의 대러 영향력 확대 애써 무시
[서울=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해 왕원타이 중국 상무부장(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제3차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으며,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사진=중국 CCTV 갈무리) 2023.10.1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시진핑 주석에게 서방에서 왕따가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의 야망 실현을 어렵게 만든다면서 그를 멀리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시주석은 슈머 의원의 충고를 무시하고 17일(현지시간) 푸틴의 방문을 크게 환영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중국에 도착한 푸틴은 붉은 카페트가 깔리고 군 의장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공항까지 영접 나온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악수했다.

일주일 새 벌어진 두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개월 동안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실패했음을 상징한다.

중국 서방 제재 받는 러시아 재정 부족 채우고 기술 제품 수출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경제 재재에도 불구하고 러중 양국의 교역이 크게 증가하고 중국 회사들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반도체와 산업 기계 등 러시아가 구하지 못하는 주요 기술 물자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은 또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해 러시아의 재정 부족을 채워주고 있다.

푸틴의 이번 중국 방문은 시주석의 대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외국의 철도, 항구 등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책이다.

푸틴의 중국 방문은 또 서방의 압박에 맞서는 러중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중러 등 3대 핵강대국이 벌이는 힘겨루기가 이례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면서 중동 지역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하는 반면 푸틴은 미국의 중동정책이 잘못돼 충돌이 일어났다고 비난했으며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이스라엘의 대응이 자위권 차원을 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이 참가한 이번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다수의 서방 지도자들이 불참했다. 이는 중국의 대외정책이 지정학적 단층으로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데이비드 색스 아시아 연구원은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서유럽에 진출해 유럽연합(EU)를 분열시키고 유럽과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틈을 만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함에 따라 그 같은 의도가 완전히 퇴색됐고 유럽국들이 중국에 크게 부정적이 됐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국과 유럽 교역 갈수록 줄어

이처럼 중국이 고립되면서 중국의 대유럽 및 대미 상품 수출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도 지정학적 위상이 중국 때문에 빛을 잃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중부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그러나 일대일로가 러시아가 지원하는 개발 계획과 공존할 수 있다며 중국이 드리우는 잠재적 위험을 애써 무시한다. 고립된 러시아로선 달리 취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개월 동안 러중 교역이 176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 푸틴은 연말까지 양국 교역이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푸틴과 시 주석의 결합이 편의적 결합이라고 진단하면서 양국관계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순수한 관계가 아님을 지적한다.

시 주석은 미국과 관계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러중관계가 일부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러 합동군사훈련에도 상호작전 운용성 입증 안돼

중국과 러시아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유사시에 양국 군대가 상호작전능력이 입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푸틴-시진핑 만남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전문가들이 면밀히 검토할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고 중동 분쟁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러중 정상회담이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 대사 등 미 당국자들은 시 주석과 푸틴의 따듯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계의 앞날을 낙관한다.

지난주 인민대학습당에서 슈머 상원의원이 시 주석을 만났을 때 배석한 번스 대사는 미중 양국이 근래에 가진 가장 깊이 있는 대화였다고 평했다. 슈머 의원은 면담 자리에서 “중국이 푸틴 편을 드는 것은 세계 지도자로서 위상을 해치는 것이다. 푸틴을 감싸는 만큼 푸틴은 중국의 세계 위상을 해친다”고 말했다.

슈머 의원은 시 주석이 자신의 주장을 의식했느냐는 질문에 “경청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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