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지구 병원 참사에 이스라엘 지상전 고민 더 커질듯

이도연 2023. 10. 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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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 압박·헤즈볼라 위협에 추가 변수…대규모 인명피해 부담
가자지구 병원 공습 부상자 구조 작업 (가자시티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 11일째인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알아흘리 병원이 공습을 받은 후 부상자가 구조되고 있다. 외신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의 병원 공습으로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번 참사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3.10.18 bestho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폭발로 수백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하면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 결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은 여전하지만 아직 작전에 본격 돌입한다는 구체적인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행 등 외교적 압박,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서의 전선 확장 우려 등에 더해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지연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인질에 대한 복잡한 계산,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라는 동맹국의 압박, 헤즈볼라의 개입 위협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하면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납치한 인질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하마스에 납치·억류된 인질이 199명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인 중에는 인질을 하마스로부터 나라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암울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당국이 인질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정부가 군사적 필요성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희생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레바논과 국경지대에서 사실상 제2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동태도 변수로 꼽힌다.

헤즈볼라가 가자지구 지상 작전에 이스라엘군이 투입되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북부 전선에서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스라엘의 예비군 30만명과 탱크 대부분이 가자 지구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스라엘로 떠나는 바이든 美 대통령 (앤드루스 공군기지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로 떠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을 방문해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수장들과 회동하려 했으나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으로 취소됐다. 2023.10.18 ddy04002@yna.co.kr

여기에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 일정 등 서방의 압박도 강해지면서 이스라엘의 지상전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18일 이스라엘을 찾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다수 민간인의 희생을 초래하는 '과도한 보복'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로서는 미국 대통령이 지상 작전에 대한 우려 속에서 직접 방문해온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무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문 이후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왈라'는 지상 공격이 "미상의 날짜"로 연기됐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떠난 뒤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지상전 지연으로 인해 일부 이스라엘군 간부 사이에서 하마스에 시간을 더 줄 것이라는 불만이 일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의 병원 폭발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대규모 민간인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상 작전 개시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가자지구 내 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격받아 수백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상전은 이보다 훨씬 많은 민간인 희생을 초래하는 만큼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아랍 국가들은 병원 폭발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통해 과도한 보복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서방 여론까지 이스라엘에 등을 돌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가자지구의 물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하고 연일 공습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전면 침공 대신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니얼 커처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CNBC 방송에 "전면적 침공이 아닌 소규모 이스라엘 병사들의 추가 급습 등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바로 개시하지 않는 것이 작전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커처 전 대사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기 때문에 지상 공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지상전 지연이) 하마스를 계속 긴장시켜 이스라엘이 기습 작전을 할 수 있게 하는 심리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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