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 설왕설래
"결코 쉬운 결정 아냐"…일각 "지도부 재점화해야"
한편에선 지도부 등 '불출마' 극약처방 필요 지적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국민의힘에서 하태경 의원의 '내년 국회의원 선거 서울 출마'를 선언한 후 열흘이 넘었지만, 이른바 '제2·3의 하태경' 움직임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일단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당 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의 선언으로 촉발된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의 효과가 없다는 회의론도 여전한 데다 당내 혼란이 계속되면서 당 위기가 총선 때까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선거 패배에 따른 난맥상을 풀기 위해 험지 출마론을 주도하거나 더 나아가 '불출마'라는 극약 처방까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하 의원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 선언 이후 열흘이 지났지만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과 같은 후속 움직임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앞서 당 안팎에서는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 의원의 수도권 출마를 반기며 "제2, 제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분출된 바 있다. 이는 '중진 험지 출마론'으로도 이어졌다.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국민의힘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정치개혁 뉴스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인물 교체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하 의원도 지난 7일 서울 출마 선언을 할 당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며 "제가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 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열흘여가 지난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른바 '하태경 2탄·3탄'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하 의원의 선언 이후 당내 영남 중진들의 인지도가 낮아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면서 후속 움직임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영남권 중진이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본들 당선될 만한 사람이 없다"며 "그런 물갈이 공천을 하려면 우선 지도부부터 솔선수범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도 이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기 지역구를 버리고 아무리 3·4선한 중진도 전혀 연고 없고 잘 모르는 지역에 가서 당선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 선임대변인은 '중진들 중에서 수도권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고도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혼란에 '중진 험지 출마론'이 묻혔다는 분석도 있다. 지도부나 당내 중진들이 '선거 패배 혼란'을 이유로 곤란한 논의에서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공존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출마 결정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한 명이 선언했다고 자신도 자존심 세우고 준비해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당선 가능성,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은 보궐선거 패배라는 폭탄이 떨어져서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수습하러 갈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험지 출마론을 재점화하려면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선거 패배에 따른 혼란을 잠재우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혁신의 한 방안으로 지도부나 친윤(친윤석열)계의 험지 출마에서 나아가 '불출마'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출마'가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낸 이들 중 일부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서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이해찬·정청래 의원을 컷오프했던 사례를 들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두 사람의 경쟁력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음에도 막말 전과 등으로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과감히 공천 배제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민주당이 선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또한 쇄신 노력이 어필되지 않는다면 선거 승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종국에는 극약 처방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부 여권 인사들의 주장이다.
한 당 관계자는 "당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지도부가 혁신 히든카드로 험지 출마든 불출마든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심이 회초리를 들었는데도 안 바뀐다고 느낀다면 결국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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