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30년… “한국이 미래로 나아갈 길 제시”

■ 타계 3주기 맞아 학술대회
“상상력·통찰력의 전략 이론가”
“메디치家 필적하는 시대정신”
세계석학들이 경영철학 조명
삼성, 신경영 바탕 도약 다짐

국제학술대회 성황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주요 필모그래피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백동현 기자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30년과 3주기를 앞두고 그의 업적과 경영 철학이 재조명됐다. 글로벌 석학들은 이 선대회장에 대해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이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정신을 되새기며 초격차 기술을 토대로 도약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경영학회는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석학과 삼성 관계사 임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부 ‘삼성 신경영의 회고’, 2부 ‘삼성의 미래와 도전’으로 진행됐다.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선대회장에 대해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신경영 정신을 재조명해 한국 기업의 미래 준비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 선대회장은 기업의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마누라 빼고 다 바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임원진에게 ‘신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연사들은 삼성 신경영을 △기술 △전략 △인재 △상생 △미래세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 총 6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을 주제로 발표했다.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에 대해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으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직원들과의 소통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틴 교수는 “삼성과 같이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대규모 조직 관리를 위해 표준화 등의 수단을 이용했지만, 이는 직원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며 “커뮤니티로부터의 가치 인정, 타인의 가치 인정, 스스로의 가치 인정 등 ‘행복의 3위 일체’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30년 전 신경영은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고 말했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 선대회장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家)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KH 유산’을 꼽으며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도 큰 유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삼성의 미래를 위해 “창의 지향적인 기업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추모 공연을 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백건우의 해외 연주 활동을 후원했다. 백건우는 2000년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받은 바 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