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청정 데이트 해보셨나요[함영훈의 멋·맛·쉼]
관광공사 전북지사 강소형 잠재관광지
[헤럴드경제(고창)=함영훈 기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고창 운곡 세계람사르습지는 아침에는 물안개와 어우러진 몽환적인 분위기, 낮에는 생물다양성의 참 모습을 드러나는 다채로운 동식물들의 라이프스타일 관측, 오후 4~5쯤에는 해넘이 시간대엔 비스듬히 새어들어오는 빛과 숲의 하모니가 아름다워, 여행자에게 팔색조 같은 매력을 끊임없이 주는 곳이다.
세계적인 생태 연구지역이지만, 남녀노소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순수함으로 돌아와 재잘거리는 놀이터가 되었다.
고창군 아산면 용계리 운곡람사르 습지 입구에는 이곳 청정생태속에 동,식물들의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새겨넣은 전기열차가 기다린다.
열차 정거장 이름은 ‘친환경 주차장’이다. 고무바퀴로 달리는 이 친환경 전기열차는 운곡저수지를 거쳐 호수변을 따라 다양한 자연상태의 환대를 받는 가운데 운곡서원까지 탐방객을 태워준다.
열차가 도착하는 지점 부터는 청정 습지 공기를 흡입하면서 걷기 여행을 하게 된다.
용계리 옆 동네, 운곡리 일원에 있는 면적 1797㎡ 규모의 습지는 2011년 세계 ‘람사르 습지’로 선정되고, 2013년엔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강소형 잠재관광지..생태탐방 레이스도=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가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운곡 람사르 습지는 다양한 생태환경이 만들어져 희귀 야생 동식물이 건강하게 서식한다.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도 만난다. 팔색조의 모습도 보인다.
철새의 고향이기도 해서 국경을 넘나들던 58종류의 철새가 지난해 석달살기 반년살기 여행을 위해 이곳에 출몰했다.
또, 어류 533개체, 양서·파충류 12종, 조류 611개체, 포유류 11종, 곤충 297종, 나비 22종이 산다.
이곳에서 자랑하는 깃대종 F4는 노랑목도리담비, 삵, 반딧불이, 수달이다.
탐방객이 청정 자연 속 깊숙이 들어가 맑고 건강한 숲 공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습지 위로 미로 같은 나무데크길을 놓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한 사람만 갈 수 있도록 좁게 만들었다.
오가는 사람이 교차할 때 어느 쪽 한 사람은 옆으로 서서 몸을 데크 난간에 붙이고는 반대편 탐방객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동방예의지국 답게 둘 다 양보한 나머지, 몇 초 동안 교차하는 두 여행자 모두 난간에 몸을 붙이는 풍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데크길이 잘 놓인데다, 짧은 탐방코스 길이는 3.6㎞에 불과해 부담이 없다. 물론 긴 코스는 10㎞가 넘는다.
오는 11월 12일에는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생태탐방 레이스’가 열린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를 중심으로 생태탐방 주요 4개 코스를 달리는 습지 최초 친환경 트레일 러닝 레이스인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생태탐방 레이스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이나믹 코스(22㎞), 비전문가를 위한 펀트레일 코스(12㎞)로 나누어 진행된다.
▶4개 코스, 3대 명소= 습지는 과거에 주민들이 이곳을 개간하여 계단식 논으로 사용했으나 1980년대 초부터 운곡 저수지의 물이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공급되면서 30년 넘게 폐경지로 유지됐다.
인근에는 닥나무가 많이 서식해 한지를 만들어내는 곳도 있었지만 수몰되고 말았다. 인공저수지 속에 잠기지 않은 닥나무 4그루는 운곡습지에 남아있다.
그 후 자연 스스로 현재의 원시습지상태로 복원되어 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는 깨끗한 습지가 되었다. 복원 및 향유인프라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과정에서 수제 한지를 만들던 주민, 계단식 논을 일구던 주민 등이 힘을 합쳤다고 한다.
바다도 가까운데, 중산간 지역에 물이 빠지지 않은 채 습지가 형성된 이유는 8000만년전 백악기 화산폭발때 산허리에서 용암이 굳어 화산암→응회암 기반층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운곡습지는 크게 운곡 저수지 주변의 호소 습원과 운곡 저수지의 수원이 모이는 오베이골 주변의 저층습지로 나뉜다. 운곡습지는 호소, 호소습원, 저층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고 있어 희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었다.
전기열차에서 내리면, 수달 출몰지, 소망의 종, 조류탐조 전망대, 삵 출몰지, 노랑담비 출몰지, 여러 모양의 산중 작은 저수지 둠벙, 자작나무로 착각하기 쉬운 사시나무 군락지, 버드나무 군락지, 미류나무 전망대, 오병골 계단식 논 자취, 반딧불이 최다 출몰지 등을 차례로 만난다.
동요 ‘오빠생각’에 나오는 뜸부기(뜸북새)도 많았는데, 개체가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 복원연구가 진행중이다. 뜸부기는 몸매는 수컷꿩인 까투리와 오리의 중간 모습이고, 검은색 털에 붉은 벼슬, 노랑부리를 가져, 특별한 동물들이 많이 사는 호주의 물닭을 닮았다. 한국에서도 물닭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난이도별 선택형 트레킹= 버드나무에만 붙어 사는 솔이끼가 있는가 하면 습지 생활에 능한 다른 나무에는 길고 탄력있는 병정이끼가 자란다. 뾰족한 투구를 쓴 병정이끼들이 인자한 자태로 자신들을 지켜주는 습지 수목에 촘촘이 도열한 모습에서, ‘작은 생명이지만 강인하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낀다.
계속 수분이 순환해 청정상태를 유지하는 운곡 산중 습지에 기름기가 보인다. 희귀종인 삿갓사초의 건강한 생육과정에서 분비된 것이다. 기름 처럼 보이는 이 성분은 생태계에 매우 이로운 것이라고 한다. 미류나무들이 지켜주는 전망대는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이곳은 수몰이전 주민들이 읍내 장보러 가던 길목 중 쉼터에 해당한다.
줄기가 단단해 지게 어깨줄로 사용되던 골풀, 핫도그를 닮은 부들, 여인들의 머릿결을 좋게 해주던 K-뷰티 원료 창포도 이곳에서 자란다.
‘순수, 토종, 완전한 한국인’ 나오미 해설사의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 재치와 친화력이 여행자의 운곡습지 탐방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습지 탐방로는 크게 4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고, 제1경 산지 용늪 같은 저층습지, 제2경 습지에서 나는 사초의 드넓은 군락지, 제3경 미류나무 전망대가 있다. 이 명소가 아니더라도, 운곡습지 어디든 훌륭한 인생샷을 제공한다.
잘 보존된 자연은 인간이 도와주면, 그들을 빛나게하는 훌륭한 백댄서가 되나보다.
1코스(3.6㎞)는 50분 정도 소요되며, 고인돌 유적지에서 오베이 골을 따라 운곡 람사르 습지에 이른다.
2코스(9.5㎞)는 2시간 30분 소요되며, 운곡저수지를 한 바퀴 일주하면서 안덕제, 운곡서원, 조류관찰대, 용계 마을을 두루 거치는 코스다.
3코스는 가장 긴 10.2㎞로 3시간 30분 이상 소요되며, 고인돌 유적지에서 화암봉, 옥녀봉, 호암재, 무재등, 화시봉 등 일대 주요 산봉우리와 능선을 지나 운곡 람사르 습지 자연 생태공원에 이르는 길이다.
4코스(10.1㎞)는 2시간 50분 정도 소요되며, 탐방안내소(친환경 주차장)에서 출발해 굴치농원, 전망대, 인덕사 옛 터, 물맞이폭포, 백운재를 거쳐 운곡 람사르 습지 자연생태공원에 이르는 코스다.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장은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생태환경 보존의 의미와 가치를 공감하기에 충분한 곳”이라며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자원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홍보마케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유네스코 7관왕 고창여행’ 시리즈로 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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