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획의 시작은 ‘빛살’… 한국美學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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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가 올해 8순(旬)이 되었으니 봉직했던 학교에 작품을 기증함으로써 몇십 점이라도 한군데 모아놓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으나 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전시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이번 전시를 취재하러 온다고 합니다. 제가 작년에 뉴욕타임스의 한국계 사진 기자를 만났을 때, 제 서예의 핵심이 한국 미학의 재발견이라고 했더니 큰 관심을 표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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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그림·글씨 융합한 작품
“컴퓨터 자판만 계속 두드리면
손가락 운용·인문정신도 퇴화
서예는 사유·감성의 수련행위”
“제 나이가 올해 8순(旬)이 되었으니 봉직했던 학교에 작품을 기증함으로써 몇십 점이라도 한군데 모아놓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으나 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전시입니다.”
계명대 석좌교수인 김양동 서예가는 17일 이렇게 말했다. 18일 오후 계명대 행소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근원(近園) 김양동 기증 작품전’에 대해서다.
그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한국 미학의 원형을 탐색해 온 서예 대가이다. 서예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 ‘일중 서예상’을 수상했다.
이번 기증전은 그가 평소 한국 미학의 원형이라고 주장해 온 빛살무늬를 바탕에 깐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는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櫛文土器)의 문양에서 우리 문화의 시원을 찾았다. 천손족(天孫族)인 우리 겨레가 태양을 사유의 원형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 문양은 ‘빗살’이 아니라 ‘빛살’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빛살은 우리 문화의 바탕이고 전통 서예 획의 시작이다. 그가 25년 연구 끝에 펴낸 책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2015)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이번 전시를 취재하러 온다고 합니다. 제가 작년에 뉴욕타임스의 한국계 사진 기자를 만났을 때, 제 서예의 핵심이 한국 미학의 재발견이라고 했더니 큰 관심을 표하더군요.”
그의 작품은 전각과 그림, 글씨가 함께 어우러지며 독특한 고졸미(古拙美)를 자아낸다. 도자기판에 그림을 새겨 굽고 고지(古紙)에 떠냄 기법으로 먹과 색의 중층 작업을 해서 도상을 얻은 후 그 여백에 화제(畵題)처럼 글씨를 쓴다. 서·화·각(書·畵·刻) 혼용의 복잡한 작업을 하는 것은 법고창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대학의 서예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기존 것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늘 강조했습니다. 스스로 그걸 실천해야 하지요. 26세에 서예에 입문한 제가 53세 때에야 첫 전시를 한 것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내놓는 모범이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는 각 대학에서 서예학과가 사라지고 한 대학(경기대)에만 남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중국도 문화대혁명 때 서예를 버렸습니다만, 지난 2013년 ‘10대 국수(國粹)’를 정하면서 그 첫째에 서법(書法)을 뒀습니다. 그 이후 중국 각 대학에 서예학과가 100개 가깝게 생겼습니다.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서예는 단순히 글씨의 미학만을 좇는 것이 아닙니다. 붓을 도구로 하는 수련을 통해 인간의 사유와 감성을 다스리는 인문 행위입니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손가락의 운용이 퇴화할 뿐만 아니라 인문 정신도 퇴화합니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에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서예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주길 바랍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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