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팬티에 망사, 그게 뭐 어때서? ‘자유의 투사’ 샘 스미스...황홀한 목소리·파격적 무대 [리뷰]
17~18일 양일간 월드투어로 내한
5년 만에 내한한 무대서 자유·파격
논바이너리 성 정체성 적극 드러내
‘스테이 위드미’ ‘언홀리’ 떼창 연속
“지지해줘서 고맙다” “사랑해요”
팝스타 샘 스미스는 무대 위에서 이런 가사와 함께 몸을 쓰다듬고, 요염한 춤을 췄다. 선배 가수 마돈나의 1994년 곡 ‘휴먼 네이처’를 부르면서다. 댄서들이 들러붙어 멋대로 만지고 사진을 찍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망사스타킹과 티팬티만 입은 채로, 살찐 복부와 엉덩이도 거리낌 없이 흔들었다.
스미스는 올해 초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 곡 가사 중 또 다른 부분을 인용해 “안 미안해, 이게 인간 본성이야”라고 받아친 바 있다. 마돈나 역시 과거 유사한 논란에 직면한 뒤 이 노래로 정면 돌파했었다.
5년 만의 내한 공연 ‘글로리아 더 투어’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무대에 선 스미스는 이처럼 경계를 깨고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사랑’과 ‘미’를 주제로 적나라하고 파격적인 무대를 꾸몄다.
투어 제목인 ‘글로리아’는 ‘영광’을 뜻하는 라틴어인 동시에, 남다른 투지가 필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찬사다. 스미스는 2019년께 본격적으로 성 정체성을 ‘논바이너리’(남성도 여성도 아닌)로 규정하면서 스타일을 확 바꿨다. 지난해 발표한 히트곡 ‘언홀리’는 ‘아빠(혹은 남편)가 퇴폐업소에서 불경한 짓을 한다’는 노골적인 가사와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과거 말끔한 차림으로 애절한 발라드를 부르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은 ‘충격’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스미스는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한 인터뷰에선 “‘글로리아’는 나에게 ‘계속 가라, 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 안의 투사 같은 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관객들에게도 “여러분이 오늘 밤 자유를 가져갔으면 한다”며 “마음껏 일어나 춤추고, 서로를 사랑하자”고 했다.
첫 곡은 2014년 발표 후 그래미상 2관왕 등에 빛난 인기곡 ‘스테이 위드미’였다. 연달아 ‘아임 낫 디 온리 원’ ‘라이크 아이 캔’ 등 떼창이 터져 나왔다. 애절한 발라드곡 ‘레이 미 다운’ ‘러브 고즈’ 등에선 감미로운 가창력, 코러스 세션과의 화음으로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후반부엔 ‘김미’ ‘프로미시즈’ ‘아임 낫 히어 투 메이크 프렌즈’ 등 쿵쿵 울리는 비트와 댄서들의 수위 높은 퍼포먼스로 마치 클럽에 온 듯 분위기를 후끈하게 끌어올렸다.
클라이막스는 ‘다 함께 불태우자’는 영상 자막을 띄운 후였다. 스미스는 웅장한 가스펠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성스러운 존재를 연상시키는 흰색 베일을 쓴 채 등장해 ‘글로리아’를 불렀다. 이후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환복한 뒤 분위기를 180도 바꿔 ‘휴먼 네이처’와 ‘언홀리’로 대미를 장식했다.
‘언홀리’의 절정에선 악마를 형상화한 뿔 달린 모자와 삼지창을 들어 보였다. 스미스는 그 모습 그대로 무대를 유유히 떠났다. 이날 꽉 찬 1만여 관객석에는 그의 표현과 의지를 지지한다는 듯, 붉은악마 머리띠를 쓴 관객이 많았다. 스미스도 진심을 눌러 담아 손키스를 날리고 손을 흔들며 관객과 눈을 맞췄다. “한국에 5년이나 오지 못했는데, 그대로 있어 줘서, 나와 음악을 지지해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한 저는 또 돌아올 거예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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