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후 신당 창당 결심?…이준석 “윤 대통령 자성 필요” 재차 강조

백경열 기자 2023. 10. 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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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80일간 방향성 보여줘야”
신당 창당엔 “헤어질 결심 하지 않아”
대구·경북 지지 양상 변화 필요 지적
“보수 정치 스펙트럼 넓혀줘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18일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자성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여지를 남겼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의 지지 양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냈다.

이 전 대표는 18일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1시간30분가량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총선 전) 100일 전에만 정신을 차리면 충분히 선거를 이길 수 있다. 그걸 넘어가면 팀 단위로는 전술적인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이 온다”면서 “현재 (선거까지) 180일가량 남은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80일 동안 여유있게 (윤 대통령이) 변해도 되지만 방향성은 보여줘야 한다. 80일이면 세계일주를 하는 데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이미 그때부터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신당 창당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돼 있었다”면서도 “국회에서 보수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한 건 보수가 이기는 방법에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2007년 5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며 탈당한 뒤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한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가 18일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제발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내부 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는다면 그 저주는 밤비노의 저주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여당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정책보다 정당 장악에 몰두했던 모습이 낳은 모순부터 벗어던지자”며 여당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18일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대구·경북에서의 지지 양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보수가 다시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첫째 조건이 대통령께서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주는 것이라면 두번째는 대구시민이 만들어주셨으면 한다”면서 “배신의 정치에 저주를 푸는 것은 대구시민이며, (대구시민들이) 보수 정치의 스펙트럼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젊은 세대와 교류하지 않고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복지부동하는 지금의 지역 정치권의 모습을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18일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이날 이준석 전 대표는 이른바 ‘뻐꾸기 비유’를 통해 당내 현실을 풍자했다. 그는 뻐꾸기가 다른 둥지에 가서 알을 낳아 다른 새가 키우도록 하는 내용의 영상을 소개했다.

이 전 대표는 “뻐꾸기는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면 아직 부화하지 못한 원래 둥지 주인의 알들을 하나씩 밀어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면서 “둥지 주인의 알은 바닥에 떨어져서 깨져 버리고, 둥지 주인은 다른 뻐꾸기를 자기 새끼인 줄 알고 먹이를 물어다 키우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와 유사하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전통 강경 보수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구애하기 위해 보수 진영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 보수의 가치에 대해 오래 고민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정작 보수의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자주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알이 이미 둥지 밖으로 밀려 떨어진 지 모르는 둥지 주인은 자신의 유전자가 이어 내려갈 기회를 잃고 대가 끊기는 그런 운명을 맞이한다”고 비꼬았다.

자신이 언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자주 언급한 것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가 망하기를 바라는 저주가 아니고 보수에게 폭우와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였다”면서 “1년 반 전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 승리의 DNA를 바탕으로 6개월 뒤 총선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호소한다. 수도권 전역은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구까지 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 선거의 해법은 대구가 바뀌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6일 당 윤리위원회에 제명 징계를 요청하며 자신을 비난한 것과 최근 기자회견에서 해병대 고 채 상병 얘기 등을 할때 눈물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이 보수 정당에 뒤늦게 들어와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며 “강경 보수에 기대서 뭐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아닐까 그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물 기자회견에 대해 그는 “채 상병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기소까지 돼 고초를 겪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이야기가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스타 검사로서 권력에 굴종하지 않고 국민이 바라는 수사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 자리까지 간 것”이라면서 “그렇기에 대통령 당신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는 시점에서의 박 대령을 탄압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건 지금 정권의 상징자본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어릴 때는 잘 모르지만) 밥을 많이 먹이면 호랑이가 되기도 하지만 ‘비만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종이 다른 것”이라면서 “지금 대구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3, 4선이 되면 할 말을 하고 살 것이라고 비겁하게 얘기하지만 다 고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김영삼·김대중같은 분들은 다 새끼 호랑이였다”며 “(지역민들이) 호랑이 새끼를 키우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만한 대구경북지역 주자의 예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대구 출신의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 내년 총선에서 대구지역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이 전 대표는 밝혔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는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인 ‘아시아포럼21’이 주최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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