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알아보던 27살 예비신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 살려

지난 8월 스노클링 하다 물에 빠져
상견례 마치고 결혼식장 예약한 예비신부… 안타까움 더해

뇌사 장기기증 기증자 김건혜(27·여)씨./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지난 9월7일 이대서울병원에서 김건혜(27·여)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8월26일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거센 물살에 빠져 해양 경찰에 구조됐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예쁘게 자란 딸의 장기가 정말 필요로 하고 좋은 사람에게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에 동의했다. 기증되는 장기로 새 생명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그 몸에서 딸이 계속 살아있는 것이라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서울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씨는 활발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다. 호기심이 많고 음식을 만들어 남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즐겼다. 지난 5월에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 준비를 위해 결혼식장과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던 예비 신부였기에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어머니 김보정씨는 "건혜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너를 축복해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네가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겠구나. 천국에서는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 사랑해. 우리 딸"이라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소중한 생명나눔 실천으로 4명의 생명이 새 희망을 얻었다"며 "기증자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