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콧대 높은 GE·지멘스에 한방…수소로 전기 만드는 ‘야성’까지
2021년 한화그룹 인수
100건 이상 가스터빈 개조 성공
도면 제공하지 않는 GE·지멘스 대안 시장
2027년 100% 수소 기반 발전 계획도
[헤럴드경제(주피터)=한영대 기자] “현재 공장에는 가스터빈 부품 200세트의 개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장이 소화할 수 있는) 처리 물량이 꽉 차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에 있는 가스터빈 개조 업체 PSM 공장. 1만4800㎡ 규모(약 4500평)의 공장 한 켠에는 로봇이 노후화된 가스터빈 부품을 스캔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기존 가스터빈 제조사(OEM)들이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해 도면을 제공하지 않은 만큼, PSM이 자체적으로 부품 크기를 측정해 개조하는 것이다.
PSM 공장은 가스터빈 개조와 관련해 총 10개의 작업을 진행한다. 대부분 작업은 자동화가 이뤄졌다. 낡은 가스터빈 부품을 새로 색칠하는 작업에도 로봇이 활용됐다.
1999년 설립된 PSM은 2021년 한화그룹이 인수, 현재 한화파워시스템 홀딩스 자회사다. 가스터빈 OEM들이 소홀히 하는 개조 사업의 성장성을 한화그룹이 눈여겨본 것이다. 국내 기준 총 103대의 가스터빈(F-클래스 기준) 중 개조 수요가 있는 가스터빈은 절반을 훌쩍 넘는 75대에 달한다.
PSM 성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등 가스터빈 OEM 업체들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노후화된 가스터빈 개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신규 가스터빈을 판매해야 하는 OEM 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OEM 업체들의 견제에도 PSM은 10개국 이상에서 100건 이상의 가스터빈 개조·개량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이사(PSM 공동대표 겸직)는 “가스터빈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기존에 쓰던 가스터빈을 업그레이드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최선의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SM은 고객사 설비를 항상 진단 및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센터도 구축했다. 모니터링 센터는 전 세계 5개국 25개사를 대상으로 가스터빈 등 100여개 이상의 발전자산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상 현상이 발견되면 자동으로 조기 경고 조치가 취해진다.
한화그룹은 PSM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화에 인수된 이후 PSM은 100여명의 인력을충원했다. 생산 효율성을 키우고자 신규 장비도 도입됐다. 향후에는 중동에 새 사업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PSM은 가스터빈 개조에 더 나아가 수소 혼소 발전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수소 혼소 발전은 가스터빈에서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100% LNG 연료로 가스터빈을 돌릴 때보다 이산화탄소는 물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수소 비중이 높아질수록 유해물질 배출량 또한 크게 감소한다.
PSM은 수소 혼소 발전 핵심 중 하나인 연소기를 보유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을 더욱 확보하고자 한화파워시스템 홀딩스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와 함께 협력하고 있다. 3사는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외에서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가스터빈 제조업체 대한 기술 의존 없이 독자적으로 연소기 기술을 적용했다.
성과는 일찍이 나타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올해 4월 한화임팩트, 한국서부발전 등과 함께 중대형 가스터빈을 활용해 수소 혼소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상업 운전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중대형 터빈에 60% 수준의 혼소 발전에 성공한 건 한화가 세계 최초이다.
해외의 경우 2018년 상업 가동 중인 네덜란드 남부지역 123㎿(메가와트)급 가스터빈 1기에 수소 혼소율 30%를 적용했다. 2021년에는 미국 뉴저지 지역에 172㎿급 가스터빈 1기에 수소 혼소율 40%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역 123㎿급 가스터빈 1기에 수소 혼소율 30%를 이뤄냈다. 손 대표이사는 “글로벌 정유 업체가 수소 혼소 협력 등과 관련해 한화파워시스템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2027년까지 오직 수소 연료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전소 발전에 도전할 계획이다. 손 대표이사는 “연내 충남 대산에서 수소 전소 실험을 진행하고, 향후에는 암모니아 혼소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다양한 기종과의 호환을 기반으로 수소 혼소 터빈 사업에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며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한화그룹 내 유관 사업체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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