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받고 싶었는데…역시 내가 한 수 아래" 대기록 경신, 하지만 '실패'라 말한 대투수…그가 마지막 순간 떠올린 한 가지[광주 토크]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또 하나의 대기록, 하지만 미소는 잠시 뿐이었다.
마냥 웃을 수 없었던 대투수였다. 양현종이 9년 연속 170이닝 달성에 성공한 17일, KIA 타이거즈는 2023시즌을 마감했다.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꿈꿨지만 일찌감치 탈락이 결정된 상황. 5강행 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선발 로테이션 변경이란 승부수까지 택했지만 앞서 쌓지 못한 승리에 발목 잡혔다. 최종전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양현종이 보여준 7이닝 1실점 쾌투와 새로운 대기록은 쌀쌀한 밤공기를 뚫고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은 1만여 팬에게 그나마 선물이었다. 경기 후 동료들과 함께 '2024년엔 빛고을의 함성으로 뒤덮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양현종의 표정은 덤덤했다.
양현종은 "한 시즌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서 좀 아쉬운 마음도 있고, 마지막까지 이렇게 많은 팬분들이 오셔서 정말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무리가 이렇게 됐다. 내가 잘 한 것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큰 시즌"이라며 "개인 기록은 많이 세웠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고 6위로 마무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아쉽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양현종의 행보. 쉽지 않았다. 시즌 중반 한때 난타를 당하면서 퓨처스(2군) 재정비를 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도 KIA가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의리 윤영철 최지민 등 '젊은 피'의 힘이 있었기 때문. 양현종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어린 투수-야수들이 정말 발전했다. 경험도 많이 쌓였다"고 칭찬했다. "기회가 되면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있다"고 이어간 양현종은 "선발 투수는 5일에 한 번씩 나가 그에 맞춰 컨디션을 준비하지만, (매 경기 대기하는) 불펜 투수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선발이 안 좋은 경기가 너무 많을 때 불펜이 소모된 경우가 많았다. 심적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불펜이 잘 막고 버텨줬기 때문에 6위라는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팀, 팬과 함께 하지 못한 가을야구를 향한 아쉬움과 죄송함을 강조하던 양현종. 한 가지 기록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양현종은 "시즌 전 170이닝이라는 목표를 스스로 약속했고, 이뤄서 기쁘긴 하다"며 "하지만 10승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좀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8승에서 끝났다면 '내년에 잘 준비해야지'라고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도 있었을텐데, 사람인지라 9승에서 끝나 더 아쉽다"며 "야구 인생 동안 이 감독님의 기록을 하나씩 깨는 게 목표다. 그래야만 감독님께 인정 받는 선수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기록 하나(연속 10승)를 달성하지 못했다. 역시 감독님 보다 한 수 아래구나, 아직 감독님을 넘어서기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100% 전력 가동을 해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마친 시즌. 내년 성공 의지는 그래서 더 클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주변에선 KIA가 올 시즌 실패했다고 보지만, (부상 문제 등) 말 그대로 정말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마냥 못한 시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년에 큰 부상자 없이 함께 한다면 충분히 올라갈 실력이 된다. 그러기에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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