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 클린스만 딜레마의 무한 반복?
[골닷컴, 수원월드컵경기장] 과정은 결과만큼 중요하다. 과정 없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정은 무엇으로 평가할까? 결과다.
10월 13일과 17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극강 수비’를 자랑하는 튀니지를 상대로 4골을 터트렸다. 아세안(ASEAN) 유일의 두 자릿수 FIFA랭커 베트남에는 무려 6골을 퍼부었다. 지난 유럽 원정 2차전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부터 3연승 행진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의 적대감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가 계속 나온다.
# 클린스만호 스쿼드의 능력
튀니지전을 앞두고 붙박이 8번인 황인범이 근육 이상으로 제외되었다. 클린스만호의 공수 전환에서 황인범은 결정적으로 기능하는 자원이다. 코칭스태프는 돌발 변수에 홍현석 카드를 꺼냈다. 전반 내내 한국의 공격은 답답했다. 황인범 특유의 스루패스가 그리워졌다. 그런데 클린스만호는 후반전에만 네 골을 터트렸다. 홍현석은 든든하게 황인범의 공백을 메웠다.
주전 8번이 없는 상태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베트남전을 이재성으로 치렀다. 경기 초반부터 이재성은 왕성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빌드업을 괴롭혔다. 29분 황희찬의 추가골은 이재성의 절묘한 스루패스에서 나왔다. 황인범 수준의 자원의 공백을 무리없이 메웠다는 사실은 현 대표팀 스쿼드의 깊이를 보여준다.
베트남전에서 득점이나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총 6명이었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이 1골 1도움씩 기록했고, 김민재와 정우영이 한 골씩, 그리고 이재성이 도움 한 개를 올렸다. 전원 유럽파였다. 팀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유럽파가 승리를 만드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유럽파가 유럽에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는 말의 교차 검증이라고 해도 좋다. 클린스만 감독에겐 유럽파를 먼저 챙기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
# 클린스만호 대응과 준비
두 경기에서 상황 대처 능력도 돋보였다. 튀니지전에서 대표팀은 두터운 8인 수비 블록을 다이렉트풋볼로 깼다. 튀니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런 수비를 상대로 4득점은 말처럼 쉽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른 시스템을 쓰는 팀을 상대하려면 다른 솔루션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과감하게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려 완승을 만들었다.
베트남전에서는 전방 압박이 압권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은 전방에서 쉴 새 없이 압박했다. 황희찬의 추가골은 전방 압박에서 출발된 시퀀스의 결과물이었다. 60분 베트남의 센터백 퇴장도 한국 최전방 자원의 성실한 전방 압박에서 기인했다. 손흥민의 성실한 전술 수행 덕분에 한국은 수적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은 두 골을 보탰다.
# 사실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끄덕
3연승 중에도 대중은 날 선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튀니지전에서는 이강인과 이재성이 자발적으로 포지션을 맞바꿔 감독의 전술 부재 문제를 해결했다는 일부 언론의 논조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이런 포지션체인지는 지적 자체가 무안할 정도로 현대 축구에서 자주 일어난다.
손흥민 혹사 논란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일관되었다.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앞둔 분위기 조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선수 본인의 대표팀 출전 의지가 깜짝 놀랄 만큼 강하다. 베트남전 후, <TV조선>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감독님과 상의해 내가 뛰겠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대표팀 소집에서도 대표팀에 오겠다는 손흥민을 코칭스태프가 말렸다는 후문이다.
약체 베트남을 상대로 최정예 선발 라인업을 꾸민 이유는?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까지 남은 경기수가 적다. 최정예가 계속 뛰면서 생기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11월에 월드컵 2차 예선, 그게 끝나면 바로 아시안컵에서 경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딴지를 걸 구석이 별로 없다.
# 딜레마에 제대로 빠진 듯?
물론 이번 2연승이 미운 오리 새끼를 단박에 백조로 둔갑시키진 못한다. 4-0, 6-0이란 스코어라인에도 적지 않은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닫은 문을 열지 못한다. 베트남전 기자회견의 마지막 질문이 상징적이었다. 감독의 향후 일정 문의였다. 대표팀 감독에게 “이제부터 어디서 뭐 할 것인가?”라고 묻는 것 자체가 현재 축구 민심을 대변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주말에 바이에른-마인츠 경기를 보고 집에 갔다가 FA컵 경기에 맞춰 돌아온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러 간다”라고 상세히 밝혔다. 해당 기간에 외신의 원격 출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평가전 3연승, 2연속 대승이란 결과가 나와버렸으니 트집 잡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분노의 칼을 휘두르려면 여론은 일단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시작되는 1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승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딜레마적 과정이 계속된다.
글 = 홍재민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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