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에서 5번 → 국대에서 10번... '삼사자 지단' 벨링엄, PK 유도+AS 아주리 군단 폭격
등번호·플레이 모두 지단과 흡사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삼사자 군단에 지네딘 지단(프랑스)이 등장한 것 같았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이 지단과 같은 플레이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완벽히 요리했다.
벨링엄은 18일(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C조 예선 6차전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페널티킥 1개를 유도하고, 어시스트 1개까지 올리며 3-1 역전승을 견인했다.
이날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멀티골을 작렬시켰으나,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은 20세 미드필더 벨링엄이었다. 벨링엄은 4-2-3-1 포메이션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2선에서 최전방 공격수 케인과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전반전 초반 공격형 미드필더답게 전방 압박을 성실히 수행했다. 케인과 함께 대각선을 이루며 이탈리아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잉글랜드가 공격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후방 빌드업에도 관여하며 팀에 활로를 제공했다.
벨링엄의 활약에도 잉글랜드는 전반 15분 지안루카 스카마카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벨링엄은 곧바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전반 28분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FC)의 전진 패스를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돌려놓으며 최전방 공격수 케인에게 연결했다. 여기서 뛰어난 '오프 더 볼(공이 없을 때)' 움직임을 선보였다. 벨링엄은 케인이 상대 수비수를 등지자 빠른 속도로 2선 침투했다. 케인의 볼컨트롤이 옆으로 흘렀고, 벨링엄은 속도를 살려 앞으로 치고 나갔다.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이했고, 이탈리아 수비수 조반니 디 로렌초의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왔다. 벨링엄은 다리를 쭉 뻗어 공을 먼저 터치했고, 한 박자 늦은 디 로렌초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벨링엄이 얻어낸 페널티킥은 케인이 성공시키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전반 35분에는 전방압박을 통해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벨링엄은 이탈리아 수비수 다비데 프라테시의 볼처리가 늦어지자 강한 압박을 가해 볼을 탈취한 뒤 오른쪽에서 침투하던 필 포든에게 스루패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포든의 아쉬운 퍼스트터치가 나오며 기회는 무산됐다.
전반 40분 벨링엄은 큰 부상을 입을 뻔 했다. 포든의 패스를 받아 조르조 스칼비니를 앞에 두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는데 머리끼리 충돌한 것. 다행히 2분 정도 치료를 받은 뒤 필드로 복귀했다.
후반전에도 벨링엄은 지칠 줄 몰랐다. 후반 6분 이탈리아 진영에서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협력 수비로 소유권을 가져왔다. 이후 포든에게 연결, 칼빈 필립스(맨체스터 시티)의 슈팅까지 이끌어냈다.
후반 12분 잉글랜드의 역습을 주도하며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전골을 도왔다. 이탈리아의 공격을 태클로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앞으로 전진하며 포든의 패스를 받았다. 스칼비니가 앞으로 나오자 벨링엄은 감각적인 터치 한 번으로 스칼비니를 벗겨냈다.
벨링엄은 왼쪽에 있던 래시포드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벨링엄은 수비수의 시선을 뺏기 위해 패스에 그치지 않고 왼쪽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벨링엄이 바깥쪽으로 나가자 래시포드가 안쪽으로 파고들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벨링엄은 속도와 패스, 오프 더 볼 움직임까지 이 득점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후반 23분에는 환상적인 2대1 패스로 포든의 유효슈팅까지 나왔다. 벨링엄은 후반 32분 케인의 쐐기골까지 지켜본 뒤 후반 40분 잭 그릴리시(맨체스터 시티)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잉글랜드는 벨링엄의 맹활약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3-1로 제압하고 조 1위로 유로 2024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벨링엄은 2019년 16세의 나이로 버밍엄 시티 FC에서 프로 데뷔했다. 2019-2020시즌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버밍엄 시티를 EFL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리그) 잔류시켰다. 버밍엄 시티는 17세 소년의 등번호인 2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2020년 7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으며 벨링엄은 빅리그에 진출했다. 2020-2021시즌 도르트문트의 DFB-포칼 우승을 이끄는 등 첫 메이저 트로피를 얻었고, 지난 시즌에는 분데스리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6월 1억 300만 유로(약 1474억 원)의 이적료로 스페인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벨링엄은 그동안 지단이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혀왔고, 지단이 레알에서 달았던 등번호인 5번을 배정받았다. 지단은 현역 시절 프랑스 대표팀에선 5번이 아닌 10번을 사용했는데, 벨링엄도 국가대표팀에서 10번을 달며 지단과 같은 등번호를 사용하게 됐다.
등번호만 지단을 따라가지 않았다. 벨링엄은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지단과 흡사한 플레이로 잉글랜드의 공격을 풀어갔다. 정확한 패스와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 클러치 능력까지 발휘했다. 벨링엄이 우상을 따라 삼사자 군단 지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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