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시나리오

남승모 기자 2023. 10. 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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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 준비를 마친 가운데 지상군 투입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가자지구처럼 도시화되고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건 양측 모두에게 재앙이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이스라엘 군의 전력이 압도적인 건 사실이지만 시가전 특성상 기갑 전력을 쏟아붓는다 해도 오히려 개인 대전차 화기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질과 아직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많아 가자지구에서 교전이 벌어질 경우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팔레스타인과 하마스가 큰 피해를 입겠지만 이스라엘 역시 자국 인질의 희생과 함께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 등 우방국 만류와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적대 세력의 전쟁 개입 엄포까지 겹치면서 실제로 지상전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할까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정말로 가자지구에서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을까요? 결과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하긴 할 거다'였습니다.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고는 하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표적 우파 인사입니다. 확전과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미국 등 국제 사회가 반대하고 있지만 엄청난 자국민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가기는 어려울 거란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후원자인 미국의 반대를 뚫고 작전을 감행할 수 있을까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거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F-15K 전투기로 공격 원점을 타격하는 응징 방안이 논의됐지만 확전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확전 우려란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이번 가자지구 쪽이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미국 측 반응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재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17일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은 자국 방어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전략에 대한 종합적인 브리핑을 받게 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동맹국이라고는 하나 타국의 정상에게 자국 군대의 전쟁 목표와 전략을 브리핑한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이번 전쟁을 동맹국과 함께 한다는 형식적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지상군 투입을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 이스라엘 군이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전략을 쓰겠다는 사전 설명일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을 용인한다는 암묵적 동의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지상 공격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는 이스라엘군 대변인의 말은 변수입니다.

기갑 전력 앞세운 속전속결 나설 듯



다음으로 이스라엘이 제한적 군사작전을 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요? 전문가들은 기갑 전력을 앞세운 속전속결 가능성이 높을 걸로 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가전에서는 기갑 전력도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침투해 강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데는 기갑 전력만 한 게 없습니다. 피해가 작지 않겠지만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 작전한다면 역시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작전 계획이라면 작전 목표 역시 현재 이스라엘이 공언하고 있는 하마스 궤멸이나 축출과는 거리가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감안할 때 가자 지구 점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자 지구를 점령한다고 하마스가 궤멸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무리한 작전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더욱 하마스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하마스가 위기에 처할 경우 이란이나 헤즈볼라 등이 지원에 나설 게 뻔합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실현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하마스의 사실상 백기 투항, 즉 재발 방지를 전제로 한 휴전 제안이겠지만 목숨 걸고 도발을 시작한 하마스가 그리 순순히 협상 테이블에 앉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자면 단 시간에 상징적 공간을 점령하거나 하마스 요인을 제거하는 게 보다 현실적입니다. 인질 구조도 이스라엘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작전 성과를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마스 '독립' vs 이스라엘 '생존'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정리해 보자면 이스라엘의 가지자구 군사작전은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의 용인 아래 제한된 범위에서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건국 이래 '받은 만큼 되갚아주는' 걸 원칙으로 지금껏 사방의 적과 맞서 온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민간인 피해입니다. 지난 2014년 가자지구 침공 때도 팔레스타인 측에서 2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민간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나름 민간인 피해에 신경을 쓴 작전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독립을 외치는 하마스와 생존을 내건 이스라엘의 대치나 허울만 남은 '두 국가 해법'을 붙잡고 무기력하게 평화만 호소하는 국제사회나 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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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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