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드라인 넘었다” 가자 병원 폭발에 이슬람권 분노

동시다발적 규탄 시위 열려

1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소재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전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병원 시설을 공습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분노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조직 하마스의 전쟁 중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해 약 500명이 숨졌다는 소식에 중동 이슬람권이 “끔찍한 학살”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지자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이 17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내 아흘리 아랍 병원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격이 아니라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랍·이슬람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인 라말라, 나블루스 등지에선 온건 성향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아바스 PA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이 “병원 대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우리를 그곳에서 추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요르단 외무부와 카타르 외무부는 각각 이번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이 심각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 “잔인한 학살이자 무방비 상태 민간인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안와르 가르가쉬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실 고문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공격으로 인한 무고한 사람들의 비극과 끔찍한 장면은 민간인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는 인도주의 법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임을 확인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레바논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중동 곳곳에서는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국 대사관 앞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베이루트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펼치며 대사관 앞에 있던 돌을 던졌다. 튀니지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시오니스트 동맹들이다”이라고 외쳤다.

중동 이웃국 외에도 가자지구 병원에 대한 폭격에 규탄을 쏟아냈다. 아프리카연합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엑스를 통해 “오늘 이스라엘이 가자 병원을 폭격해 수백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우리의 비난을 충분히 표현할 말이 없다”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도 없는 이스라엘의 공격 사례”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잔혹함을 멈추기 위해 모든 인류가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병원 폭발의 여파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이 연기되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아바스 수반과의 4자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조율을 거쳐 요르단 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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