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물리학자 괴롭힌 '루게릭병'…근육보다 '이것' 감소증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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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병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치명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최석진(신경과) 교수는 "루게릭병 환자의 장기 예후를 예측하는 데 있어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정량 분석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방 대사가 루게릭병의 병태생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초연구,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최적의 영양 관리 전략에 대한 임상 연구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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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병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치명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초기 팔다리에서 시작해 발병한 후 2~5년이 지나면 운동신경과 근육이 말라 호흡조차 어려워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500명의 루게릭병 환자가 발생한다. 호킹 박사처럼 50년 넘게 생존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삶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현재 총환자 수는 3000여 명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 중에서도 특히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거나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경우는 예후가 더욱 불량하다. 그러나 근육과 체지방의 무게를 함께 반영하는 BMI로는 근육 감소와 체지방 감소 중 어느 지표가 루게릭병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영양 관리 등에 활용되는 만큼 환자 관리에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에 서울대병원 신경과 최석진·성정준 교수, 영상의학과 이종혁·윤순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로 루게릭병 환자의 복부 CT 영상을 분석해 루게릭병의 예후와 지방 감소증 및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검증해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2010~2021년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루게릭병 환자 80명의 복부 CT 영상을 바탕으로 AI를 이용해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비롯한 체성분 분석을 실시한 뒤 근육감소증과 지방 감소증 여부를 평가하고 생존 기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다른 변수를 보정했을 때 지방 감소증이 있는 루게릭병 환자는 사망 위험이 약 6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감소증이 동반된 루게릭병 환자 그룹과 그렇지 않은 환자 그룹의 생존 기간 중간값은 각각 5.5개월, 35개월로 차이가 컸다. 위루술이 필요한 루게릭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생존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방 감소증이 동반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15배까지 높았다. 위루술은 배에 구멍을 내 위와 연결된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로서, 삼킴장애로 영양 섭취가 어려운 루게릭병 환자에게 실시한다. 반면 근육감소증은 생존 기간과 유의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근육량과 체지방량은 모두 BMI와 연관성이 있었지만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는 근육량만이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루게릭병 환자의 근육량 감소를 모니터링할 때 이 지표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석진(신경과) 교수는 "루게릭병 환자의 장기 예후를 예측하는 데 있어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정량 분석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방 대사가 루게릭병의 병태생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초연구,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최적의 영양 관리 전략에 대한 임상 연구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 기반의 CT 영상을 통한 체성분 분석이 루게릭병의 진행과 예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기관 연구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근거를 확보하여 임상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신경과학회 공식 학술지인 '신경학연보'(Annals of Neurology) 온라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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