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가을 명장' 브루스 보치, 4번째 우승을 꿈꾸다

이창섭 2023. 10.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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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스 보치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텍사스 레인저스가 파죽지세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디비전시리즈를 완승으로 통과한 데 이어 챔피언십시리즈도 첫 두 경기를 승리했다. 단일 포스트시즌 7연승은 201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8연승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단일 포스트시즌 7연승 이상 팀

1976 - 신시내티

2007 - 콜로라도

2014 - 캔자스시티 (8연승)

2020 - 애틀랜타

2022 - 휴스턴

2023 - 텍사스

*1976 신시내티 & 2022 휴스턴 우승

당초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가까스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42경기 성적이 18승24패로 승률 5할이 되지 않았다. 시즌 막판 기복이 너무 심한 탓에 와일드카드 시리즈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ESPN' 전문가 27명 중 텍사스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승리를 예상한 이는 5명뿐이었다. '디애슬레틱'도 텍사스를 지지한 전문가는 전체 20%밖에 되지 않았다.

디비전시리즈 예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텍사스가 리그 최다승을 거둔 볼티모어를 누르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텍사스는 이번 포스트시즌 철저한 언더독이었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텍사스의 연승도 선수들이 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감독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 곳곳에 마련된 승부처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수장이 바로 감독이다.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동시에 내주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한다. 선수가 부진하면 대안을 찾아낼 수 있지만, 감독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휘청거린다.

팀의 빠른 재정비가 필요했던 텍사스는 감독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브루스 보치 감독은 우승 청부사답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보치는 4년 만에 돌아왔다. 2019시즌 이후 은퇴를 선언하면서 야인이 됐다. 손자가 소속된 T-볼팀을 돌보면서 은퇴 생활을 즐겼다. 그러던 중 보치의 열정을 되살린 인물이 찾아왔다. 텍사스 단장, 크리스 영이었다. 2006년 샌디에이고에서 감독과 선수 관계였던 둘은 텍사스가 더 나은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의기투합했다. 한편, 영은 보치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인연 때문에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치가 부임한 텍사스는 우승 도전이 가능한 팀으로 올라섰다. 2021년 60승, 2022년 68승에 머물렀지만, 올해 90승을 거두고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텍사스 감독이 부임 첫 해 90승을 올린 건 보치가 처음이었다.

▲ 2012년 우승 당시 보치

보치의 역량은 가을에 더 돋보이고 있다. 보치는 샌프란시스코 감독 시절 2010년과 2012년, 2014년 우승을 이끌면서 이른바 '짝수해 왕조'를 탄생시켰다. 월드시리즈 우승 3회 이상 달성한 역대 10번째 감독이자, 유일한 현역 감독이다. 보치가 현장을 떠난 사이 야구는 많은 규정이 달라졌지만, 보치는 여전히 우승하는 법을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다.

텍사스의 약점은 불펜이었다.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4.77로 전체 24위였다. 심지어 9월 이후에는 5.08까지 더 나빠졌다. 팀 블론 33회는 콜로라도와 더불어 가장 많았다. 텍사스의 야구는 경기 후반에 요동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불펜이 불안한 팀은 가을에 늘 고배를 마셨다. 텍사스도 이 전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보치는 척박한 황무지에도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포스트시즌 텍사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2.01이다. 9이닝 당 볼넷 수(4.43개) 지극히 낮은 BABIP(0.173) 평균자책점과 거리감이 있는 FIP(4.69)는 텍사스 불펜이 과정보다 결과가 좋았음을 가리킨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표만 이루면 되는 곳이다.

텍사스는 타선으로 다른 팀과 격차를 벌여야 한다. 최대한 많은 점수를 뽑아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것이 텍사스의 승리 공식이다. 승리 지분이 더 커야 하는 타선은, 포스트시즌 7경기 평균 5.57득점으로 충분한 지원사격을 해주고 있다.

보치는 이러한 타선에도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다. 디비전시리즈 2차전, 그동안 기용하지 않았던 미치 가버를 3번 타자로 기용했다. 빠른 공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실제로 가버는 94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만루홈런을 날렸다. 텍사스는 가버가 5타점을 올린 덕분에 이번 포스트시즌 가장 많은 점수를 내준 경기도 승리할 수 있었다(11-8).

▲ 감독 역량 차이가 났던 디비전시리즈

보치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신뢰한다. 그 믿음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설령 선수가 아쉬운 플레이를 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선수를 경기에 내보낸 건 감독이기 때문에 감독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치는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지휘관"이라고 답한 바 있다.

보치는 이번 포스트시즌 선수들에게 특별한 걸 요구하지 않았다. 매일 열리는 정규시즌 야구처럼 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치는 단기전이라고 해서 갑자기 다른 야구를 하게 되면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침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기록을 공고히 하고 있다. 텍사스는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휴스턴을 2-0으로 눌렀다. 보치가 이끈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들어낸 16번째 무실점 승리였다. 보치는 이미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다(바비 콕스 11회).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승 감독

84 - 조 토레

71 - 토니 라루사

67 - 바비 콕스

54 - 더스티 베이커

51 - 브루스 보치

올해 7승을 더한 보치는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승 5위에 올라 있다. 4위 베이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결과에 따라 두 감독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참고로 보치는 포스트시즌 통산 51승33패, 승률이 0.607에 달한다. 포스트시즌을 50경기 이상 지휘한 감독들 가운데 보치보다 승률이 높은 감독은 스파키 앤더슨(0.618)밖에 없다.

텍사스의 가을은, 곧 보치의 역사다. 보치는 창단 후 우승이 없는 텍사스의 염원을 이뤄 줄 최적임자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가. 녹슬지도 않았고,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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