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 잃은 할머니 무혐의에… 권성동 “다행. 합리적 제도 개선 노력”

"정치는 슬픔 나누는 것 넘어 대안 만들어가는 일"

지난해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를 잃은 60대 할머니가 지난 17일 경찰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불송치된 가운데, 해당 지역구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행히 할머니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그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유가족분들에게 미력이나마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했다.

그는 “비통한 사고를 당한 유가족의 슬픔을 제가 어떻게 가늠할 수 있겠나”라면서 “그러나 답답한 심사를 조금이나마 덜어 주기 위해 유가족을 몇 차례 만나 마음를 모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급발진 의심 사고는 발생 직후부터 다수의 전문가가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명을 넘어서는 등 국민적 관심이 높다”고 했다.

권 의원은 “정치는 슬픔을 나누는 것을 넘어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신속한 법안 검토를 거듭 요청한다”면서 “국토교통부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 달라. 저 역시 관련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날 강릉경찰서는 교통사고를 낸 60대 여성 A씨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최근 불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해 12월6일 발생했다. A씨가 강릉 홍제동에서 손자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태우고 가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진 것.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제동장치에서 제동 불능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차량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실제 차량 운행 중 제동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와 예기치 못한 기계의 오작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었기에 국과수 분석 결과를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A씨 측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이뤄진 사설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가 국과수의 분석과 상반돼, 경찰 역시 국과수 분석 결과만으로는 A씨에게 죄를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 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최초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