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를 50년 끓였다고? 3대째 이어온 방콕 국숫집
태국 방콕 중심부 에까마이에는 육수를 50년째 계속 끓이는 것으로 이름난 국숫집 ‘와타나 파닛(Wattana Panich)’이 있다. 50년된 육수라는 타이틀이 호기심과 함께 거부감을 불러오는데, ‘면요리 강국’ 태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국숫집 중 하나로 꼽히며 매일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16일 오후 이 식당에 도착하자 입구에 놓인 일반 가마솥 크기의 3배 이상은 돼 보이는 대형 가마솥이 눈에 띄었다. 이 식당을 운영 중인 낫타퐁 카위눈따웡씨가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육수를 국자로 휘젓고 있었다. 그는 “육수를 끊인 지 이제 50년 정도가 됐다”며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소고기를 푹 우려낸 육수에는 계피, 마늘, 후추, 팔각, 고수뿌리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화교인 낫타퐁씨 집안이 수십년 전 태국에 정착하며 중국과 태국식 조리 방법을 섞었다는 것이다. 육수의 색깔도 한약처럼 짙었다.
‘진짜 50년 끓인 육수를 맛볼 수 있느냐’고 한다면 사실 그렇지는 않다. 영업이 끝나면 남은 육수를 다른 냄비에 옮겨 담아 약불로 끓는 상태를 유지하고, 다음 날 개장 때 물과 재료를 첨가해 이어 끓이는 식이다. 하루 수백 명이 찾는 유명 식당인 만큼 빠르게 희석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대째 운영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캐치프레이즈인 셈이다.
메뉴는 소·양고기 쌀국수와 비빔국수, 볶음밥 등 13가지다. 아무 자리에 앉아 대표 메뉴인 소고기 쌀국수를 주문했다. 기본 사이즈는 100바트(3700원), 곱빼기는 150바트(5600원)다. 양이 적으므로 성인이면 곱빼기 또는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하길 추천한다. 주문하고 5분 만에 진한 육수에 소고기와 완자, 소면, 고수 등이 담긴 국수가 나왔다. 오랫동안 끓인 덕분에 국물은 밀도가 높고, 풍부한 맛이 났다. 커피로 비교하자면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이다. 종종 이 국물만 사 가는 현지인도 많다고 한다. 다만 기름져 느끼한 음식을 싫어한다면 입맛에 안 맞을 수 있다. 국수에 곁들여 나오는 소고기 역시 오랫동안 삶아 입에 넣으면 바로 부서질 정도로 부드러웠다.
식당은 1층과 2층으로 나뉜다. 1층은 로컬 느낌이 물씬 나지만 다소 비위생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리모델링한 2층은 넓고 쾌적하다. 1층 벽면에는 미쉐린가이드 액자와 현지 언론 인터뷰 등으로 가득 차 이 식당 유명세를 자랑한다. 현지인 또는 동남아 관광객에게 오랫동안 인기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며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유튜브에 이 국수 후기 영상을 남기며 한국에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식당에 어설프게 번역된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다. 점심 시간에 찾으면 오랫 동안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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