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보공단, 위법부과 건보료 189억 '꿀꺽'… 싫으면 소송해라?

이창섭 기자 2023. 10.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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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건보공단 건보료 추가로 걷어
"3년 지나면 징수권 소멸" 대법원 판결에 따라 301억원 반환
건보공단이 136개 사업장에 부과한 189억원은 여전히 미반납
지난 4월 "소송 결과에 따라 반환하겠다" 방침 세워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136개 사업장에 위법하게 부과한 건강보험료(건보료) 189억원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두 189억원에 달하지만 건보공단은 법원 판단에 따라 환급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136개 사업장 중 상당수는 5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돌려받고자 소송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36개 사업장에 총 189억원의 건보료를 위법하게 부과했지만 아직도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2013년 '통상임금 소송' 판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의 산정 기준이다. 가령, 상여금이 포함돼 통상임금이 높아지면 퇴직자가 받는 퇴직금도 더 많아진다.

대법원 판결 이후 수많은 사업장에서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이 발생했다. 대부분 근로자 측이 승소해 통상임금이 재산정됐고 임금의 차액이 지급됐다.

이후 건보공단은 임금 차액, 즉 통상임금 추가지급분이 발생한 사업장에 전체기간을 소급해 건보료를 부과했다.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임금이 더 지급됐으니 그만큼 건보료를 추가로 걷어간 것이다.

이에 근로복지공단과 기아자동차, HL만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건보공단을 상대로 '보험료부과 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소멸시효 3년이 지난 기간의 통상임금 추가지급분에 건보료를 부과한 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원고인 4개 사업장이 승소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보료를 징수할 권리는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소멸시효를 무시하고 전체기간을 소급해 건보료를 추가로 부과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소송에서 패한 건보공단은 4개 사업장에 부과한 건보료 301억원을 반납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36개 사업장에 부과한 보험료 189억원을 여전히 반환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189억원의 건보료도 '소멸시효 3년'이 지나 위법하게 부과된 것이다.

이는 건보공단이 지난 4월 수립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대응 방안'에 따른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쟁점으로 보험료 정산·환급 요청이 발생하는 경우 사업장에 소송 제기를 안내하고, 1심 판단에 따라 확정된 소송가액·정산시점 등을 고려해 보험료 정산 후 환급 처리한다'는 방안을 수립했다.

쉽게 말해, 위법하게 부과된 건보료를 환급받고 싶으면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에 참여한 주수옥 변호사는 "건보공단이 보험료 부과의 위법성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다"며 "2018년 말부터 소멸시효 때문에 위법하다고 건보공단에 수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주 변호사는 "법원에서 각각의 사업장과 다투고, 그 결과를 보고 반환하겠다는 건 자신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건보료를 돌려줄 생각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36개 사업장 가운데, 위법하게 부과된 보험료가 500만원 미만인 사업장이 79개소(58.1%)다. 100만원 미만인 사업장은 45개소(33.1%)다. 대부분 소액이라 하더라도 위법하게 부과된 건보료다. '소송제기를 안내하고, 1심 판단에 따라 환급 처리한다'는 공단 방침이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춘숙 의원은 "애초에 건보공단이 위법하게 부과한 보험료인데 사업장이 100만원, 500만원 돌려받자고 소송까지 제기하도록 하는 게 과연 합당한 방침인지 의문"이라며 "건보공단은 해당 방침을 즉시 철회하고, 합당한 환급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사업장에 선제적으로 환급액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머니투데이에 "189억원의 보험료가 부과된 사업장들은 모두 지난 4월 당시 '보험료부과 처분취소' 소송의 제소 기간이 지난 상황이었다"며 "'무효 등 확인소송'으로 해당 (보험료 부과) 처분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해 법원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공단은 소송 결과에 따라 보험료 환급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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