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김유정 백일장 최우수상] 낙타 - 고등부 시

김하은 2023. 10. 18. 09: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하은·강원 춘천여고 3년

공사장 안전제일 현수막을 흔드는 모래폭풍

벽돌을 짊어진 사내가 계단을 오른다

긴 속눈썹 위로 먼지가 쌓이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된 사내

발굽같은 작업화를 내밀며

걸어가야 할 길의 끝을 가늠한다



대륙을 건너 먼 타국에 도착한지 오 년

낙타의 울음소리보다 어눌한 사내의 한국어

사막을 떠나왔지만 가는 곳마다 사막이었다

버석이는 발자국이 입 안을 굴러다녀도

오아시스를 꿈꾸며 살아왔다



사내의 굴곡진 허리에는

하루가 저축되어 있다

모서리가 없는 사막 언덕처럼

시간의 모양으로 구부러진 척추

등을 펼 새도 없이 일교차를 견뎌왔다

사내의 횡단은 언제 끝나는 걸까

그의 등에 얹힌 모래언덕은

언제 부서지는 것일까



둥근 이마를 타고 뭉쳐지는 땀방울

모래폭풍에 휘말려도

긴 목을 빼들고 도시의 지평선을 바라본다

회색 사막 어딘가 고여있을 오아시스를 상상하며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