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병원 폭발에 이슬람권 분노…규탄·시위 일파만파
바이든 요르단 4자 회담 취소…"중동서 약해진 미 영향력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중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소식에 중동 이슬람권이 "극악한 전쟁범죄"라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지자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 피란민과 환자로 가득 찬 가자지구 내 아흘리 아랍 병원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격이 아니라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보도가 나오자마자 아랍·이슬람권 국가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명하며 각국에서 시위가 촉발하는 등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이 "병원 대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아바스 수반은 또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우리를 그곳에서 추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중동 국가들은 먼저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요르단 외무부는 병원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이 이 심각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번 공격을 "잔인한 학살이자 무방비 상태 민간인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라며 "국제법 조항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안와르 가르가쉬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실 고문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공격으로 인한 무고한 사람들의 비극과 끔찍한 장면은 민간인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는 인도주의 법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임을 확인해준다"고 강조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공식 애도'의 날로 선포하면서 라이시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부상자들 위로 떨어진 미국·이스라엘 폭탄의 화염이 곧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들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병원 공격을 "학살"과 "잔인한 범죄"라고 부르며 무슬림과 아랍인들에게 "수요일인 내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국 대사관 앞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이 발사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베이루트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펼치며 대사관 앞에 있던 돌을 던졌다.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가 있는 레바논 남부의 시돈과 티레에서도 병원 공격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
튀니지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시오니스트 동맹들이다"이라며 "튀니지에서 미국 대사관을 철수하라"고 외쳤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여 "프랑스와 잉글랜드에 죽음을"이라고 소리치고 대사관 벽에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중동 이웃국 외에도 가자지구 병원에 대한 폭격에 규탄을 쏟아냈다.
아프리카연합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엑스를 통해 "오늘 이스라엘이 가자 병원을 폭격해 수백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우리의 비난을 충분히 표현할 말이 없다"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도 없는 이스라엘의 공격 사례"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잔혹함을 멈추기 위해 모든 인류가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번 공격은 분명히 전쟁 범죄"라며 "최종 책임은 다른 나라와 다른 대륙에서 전쟁으로 돈을 버는, 바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병원 폭발의 여파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이 연기되고 정상회담도 취소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뒤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아바스 수반과 만나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이 4자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조율을 거쳐 요르단 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아랍 국가들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현 상황이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면서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진단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아랍 국가들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하는 것을 매우 손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큰 거부를 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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