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두렵지만, 사랑하니까”[인터뷰]
“그냥 제 마음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 멈추고 싶지 않으니까.”
엄정화가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엄정화는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영화 ‘화사한 그녀’ 개봉을 앞둔 설렘, 50대 배우이자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는 소회 등을 밝혔다.
엄정화는 가장 아이코닉한 만능 엔터테이너다. 춤과 노래, 연기, 예능까지 어설픈 구간 없이 자유로이 넘나든다.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해 같은 해 데뷔 앨범 ‘Sorrowful Secret’를 발매, 약 30년간 정상급 가수 겸 톱 배우로 군림한 그는 올해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런 그의 행보는 시청자뿐 아니라 수많은 후배 엔터테이너들의 귀감이 됐다.
“처음부터 같이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배우와 가수 병행은 어려웠어요. 다른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관념이 있었거든요. 가수는 가수만 해야 하고 배우는 배우만 해야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게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고, 많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잖아요. 꾸준히 해왔던 제가 있기 때문에 후배들이 그렇게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 들죠.”
지난 11일 개봉한 ‘화사한 그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다. 믿고 보는 엄정화 표 코미디지만, 표현하기까지 고민도 있었다.
“코미디 장르 좋아해요. 그런데 또 코미디만 좋아하는 건 아니고, 주어져서 하는 부분도 있죠. (웃음) 전 코믹한 연기 안에서도 인물의 감정은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극 분위기만 해치지 않는다면 깊은 진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화사한 그녀’는 이 황당한 이야기를 어떻게 웃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끌어갈까 고민이 많았죠. 만화 같은 느낌의 영화를 공감할 수 있게끔 하는 지점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극 중 엄정화는 몸매가 드러나는 빨간 망사 드레스, 일명 ‘모니카 벨루치 스타일’로 감탄을 유발한다. 엄정화는 “작품 들어가기 전 갈비뼈를 다쳤었다. 2~3개월 운동 없이 누워있다 ‘닥터 차정숙’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차정숙’은 경력단절 엄마로 살고 있는 입장이라 괜찮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간 ‘화사한 그녀’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됐다. 다이어트도 잘 안됐다”고 고백했다.
“빨간 드레스 피팅을 여러 번 했어요. 모니카 벨루치는 몸매 굴곡이 엄청난 여자예요. 의상팀에 ‘허리 더 조여달라. 살 빼고 오겠다’고 부탁했죠. (웃음) 저도 엄청 노력했고 의상팀도 고생이 많았어요.”
‘화사한 그녀’ 속 엄정화가 연기한 지혜의 본명은 정숙. 최근 큰 사랑을 받은 ‘차정숙’과 뜻밖의 동명이인이다. 엄정화는 “비슷한 시기에 대본을 받고 ‘얘도 정숙이야?’ 생각했다. 이 작품까지 잘되면 이름을 바꿔야겠다, ‘엄정숙’으로. 원래 이름에서 한 글자만 바꾸면 된다”며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엄정화는 도전적인 에너지와 동시에 ‘두려운’ 민낯을 가감 없이 대중에 보여준다. 환불원정대 활동을 시작하면서도, 대학 축제에 오르기 전에도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에 먼저 휩싸이곤 했다. 특히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공개된 ‘닥터 차정숙’ 첫방 후 홀로 눈물 흘리는 그의 모습은 공감을 넘어 대중에게 어떠한 위로의 지점을 선사했다.
최근 열린 ‘화사한 그녀’ 기자시사회에서는 긴장한 탓에 어지럽기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믿는 관객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
“제 영화는 제가 메인이 돼서 움직이는 작품이 많아요. 감사하게도 결과들이 좋았고, 그래서 엄정화를 믿는 관객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실망 주고 싶지 않은 만큼 긴장되고 두려움이 있어요. 예전엔 오히려 두려운 감정보단 스스로 믿었던 게 커요. 기회가 잘 주어졌었거든요. 저에겐 오히려 요즘이 더 소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오래 하고 싶은데, 이 나이에 잘 해내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오더라고요. 특히 ‘닥터 차정숙’은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이기도 했고,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어요. 아들·딸로 나온 배우들에게도 소중한 작품일 거잖아요. 어딜 가나 떳떳한 작품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넘실대는 두려움에도 여전히 마음이 요동치는 그다.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어요. 주어지면 언제든 하고 싶죠. 나문희 선배, 고두심 선배, 윤여정 선배 그리고 메릴 스트립···. 나이가 들어도 누구보다 멋진 존재감을 보여주시잖아요. 그런 힘을 갖는 게 제 꿈이에요.”
김지우 온라인기자 zwo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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