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부터 이태원까지… 계속 ‘죽음’과 ‘삶’ 주변을 맴돌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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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쓴 건 아니에요. 다만 세월호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일련의 일들을 뚫고 지나오면서 계속 '죽음'과 '삶'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김현 시인이 낸 일곱 번째 시집 '장송행진곡'(민음사)과 첫 번째 소설집 '고스트 듀엣'(한겨레출판)은 '죽음'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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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쓴 건 아니에요. 다만 세월호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일련의 일들을 뚫고 지나오면서 계속 ‘죽음’과 ‘삶’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김현 시인이 낸 일곱 번째 시집 ‘장송행진곡’(민음사)과 첫 번째 소설집 ‘고스트 듀엣’(한겨레출판)은 ‘죽음’을 다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틈틈이 쓴 시와 단편소설들을 각각 엮었기에, 당연하게도 죽음의 정서는 작품 속 깊이 배어들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시인은 “죽음에 대한 감정이 내 안에 체화돼, 서사를 구현하는 소설이든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시에든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미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장송행진곡’에서 시인은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나열해 읊기도 한다. “살릴 수 있었잖아”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등 댓글은 그대로 시의 일부가 됐다. 그러면서 시인은 묻는다. “선 채로/누운 채로/끼고 깔리고 물에 빠져/죽은 아이들을 영원히 잃어버리면서/우리는 언제까지 살아남은 사람일 수 있을까요?”(‘사람의 시’ 중)
슬퍼하고 애도하고 분노하는 그의 행진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희망이다. 시인은 인간에게 경악하고 절망하면서도 그 눈동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시인이 사랑하는 인간은 “물집이 터져 쓰라린 줄도 모르고/터진 자리를 또 데일 거라는 것 알면서도/손을 내밀고/다시 내미는” 존재이기에. (‘방학동 은행나무’ 중)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인간들의 모습은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미 저승의 문턱을 넘은 엄마가 어느 밤에 딸과 딸의 애인을 불쑥 찾아와 동네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수월’) 하고, 죽은 자의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해 가지고 다니는, 이른바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연대한다(‘고스트 듀엣’). 죽은 자와 죽은 자, 죽은 자와 산 자, 산 자와 산 자는 이렇게 서로의 손을 잡고 우리 사회는 살아있는 자들로만 이뤄진 게 아니라 죽은 자들 역시 사회 안에 자리를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결국 모두 연결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장송행진곡’과 ‘고스트 듀엣’이라는 제목은 죽음을 덜 외롭고 덜 무겁게 만든다. 김 시인은 “보통 고스트나 유령은 홀로 있는 모습으로 상상한다. 그런데 ‘듀엣’이 되면서 덜 외로워졌고 ‘장송행진곡’ 역시 ‘행진’이라는 단어가 함께하면서 보다 경쾌해졌다. 이렇게 함께 연대하고 앞으로 나아감이 죽음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일 수 있겠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시인은 작품 밖에서도 활발히 활동한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인을 기억하는 ‘304 낭독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이태원 참사 추모문학제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두 권의 책들을 통해 그가 말하는 것은 결국, “쉬이 눈감지 말아달라”는 당부다. “‘그만 해라’ ‘언제까지 그럴래’ 하는 말들도 많이 듣는데 그렇게 쉽게 눈감을 순 없지 않나요.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 참사도 쉬이 눈감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붙잡고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살아 있는 듀엣’이 되어주세요.”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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