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의원 96명, 야스쿠니 신사 집단 참배
전날 기시다는 참배 대신 공물 봉납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96명이 18일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교도통신, 산케이신문 등 현지 매체들은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추계 예대제’(가을 큰 제사) 이틀째인 이날 오전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원 모임 사무국 관계자는 이날 참배에 참여한 의원이 모두 96명이며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무소속 국회의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모임의 야스쿠니 집단 참배는 패전일인 8월 15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 모임 의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단 참배를 자제하다가 2년 2개월 만인 2021년 12월 재개한 이후 춘계 및 추계 예대제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고 있다.
도쿄 지요다구에 세워진 야스쿠니 신사는 1867년의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246만여명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이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여명은 태평양 전쟁과 연관돼 있다.
특히 1978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전범 14명을 합사해 국제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히데키 전 총리는 1941년 당시 총리대신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후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근대 일본의 침략전쟁을 마치 일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자위전쟁으로 평가하는 군국주의 상징이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미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나라가 겪은 피해와 함께 이와 관련한 반성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집권 이후 이런 관행이 끊겼다.
전날 기시다 총리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취임 이후 그동안 이곳에 공물을 봉납해 왔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 분위기에 따라 올해는 야스쿠니 신사 봉납을 건너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봉납이 이어졌다. 모임의 아이사와 이치로 부회장(자민당)은 기시다 총리의 봉납에 대해 “(전쟁 희생자에 대해) 존숭(尊崇)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고 평가했다.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등 기시다 내각 각료 3명도 올해 추계 예대제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급 인사들의 공물 봉납과 참배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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