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층권에 리튬 왜 늘었나 했더니...급증한 위성 발사가 오존층 위협

이병철 기자 2023. 10. 18. 0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퍼듀대·국립해양대기청 공동 연구진
비행기에 대기 수집 장치 달아 성층권서 대기 채집
지구 대기에서 우주선에 쓰이는 것과 같은 비율의 금속 발견
오존층, 대기 활동에 영향 미칠 가능성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지난달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발사기지에서 위성인터넷 서비스용 인공위성을 싣고 발사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주선의 발사 횟수가 늘면서 대기에 금속 입자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층과 대기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AP 연합뉴스

스페이스X와 원웹 같은 민간 우주기업들의 인공위성 발사가 크게 늘면서 지구 대기에 금속 입자가 쌓이고 오존층을 위협하는 새로운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 두는 우주발사체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우주선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이 금속 입자를 방출한다는 것이다.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오존층과 지구 대기 순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퍼듀대와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1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성층권 대기에서 우주선에 쓰이는 합금과 같은 비율의 금속 입자가 남아 오존층을 위협하고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의 성분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대니얼 치초 미국 퍼듀대 교수는 “우주선 발사의 증가로 대기를 통과해 지표로 떨어지는 운석의 조성도 변하고 있다”며 “변한 것은 실제 운석의 조성이 아닌 대기의 조성”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7000여개의 위성이 떠있다. 현재도 포화상태인 위성은 앞으로 수가 더 늘 전망이다. 스페이스X만 해도 올해까지 위성 5178기를 운영하고 추후에는 1만2000여기까지 늘려 인터넷 통신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6년간 3200개의 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30년에는 약 5만개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 수요가 늘면서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 놓는 우주선의 발사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우주선 발사는 180회에 이른다. 전년도인 2021년보다 44회나 늘어난 수치다. 스페이스X는 한 해 동안 61회 우주선을 쏘아 올려 일주일에 평균 1회 발사했을 정도다.

과학계에서는 과도한 우주선 발사가 대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우주선이 강한 추력을 내기 위해 엔진을 연소하면서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대기와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고열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우주선이 통과하는 높이의 성층권에서 장기간의 조사가 쉽지 않아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던 상황이다.

연구진은 우주선 발사가 지구 대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해 성층권 대기를 수집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대기 연구용 비행기 ‘WB-57′의 가장 앞 부분에 공기 포집 장치를 붙이고 알래스카 상공 19㎞에서 대기를 채취했다. NASA의 또 다른 비행기 ‘ER-2′를 이용해 미국 상공에서도 같은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대니얼 치초 미국 퍼듀대 교수가 이번 연구에 사용한 연구용 비행기. 비행기 앞에 대기 수집 장치를 달아 성층권 대기를 분석한 결과, 우주선에 쓰이는 것과 같은 비율의 금속 입자가 검출됐다./퍼듀대, 존 언더우드

이렇게 채취한 대기를 분석한 결과 에어로졸 입자의 약 10%에서 금속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로졸은 대기에 떠다니는 고체나 액체 입자로 주로 화산 폭발이나 우주에서 떨어지는 운석이 만드는 고열로 형성된다.

연구진은 에어로졸에서 리튬, 알루미늄, 구리, 납 같은 우주선 선체에서 사용되는 금속을 발견했다. 각 금속이 차지하는 비율도 우주선에 쓰이는 비율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초 교수는 “위성 발사에 쓰이는 우주선이 늘면서 성층권에 그 흔적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채취 시기에 따른 조성의 차이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해 이후 채취한 대기에서 상대적으로 리튬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에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10~30년 동안 성층권에 금속 입자의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 현상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에어로졸이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에어로졸 대부분을 차지하는 황산 입자는 오존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에어로졸의 급격한 조성 변화가 오존층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층권에서 이뤄지는 구름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치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적 의미”라며 “대기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PNAS, DOI: https://doi.org/10.1073/pnas.2313374120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