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와 염치 지키는 ‘노무현의 정치’ 묵묵히 해나갈 것”

김현미 기자 2023. 10. 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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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친문 핵심 3선 전해철 민주당 의원

● 인사 실패, 국민은 선거로 심판한다
● 낙마 때마다 책임 핑퐁, 민정수석실 부활하라
● 노무현의 원칙과 상식 버린 민주당 계파·패권주의
● ‘삼철 프레임’ 벗어나니 ‘수박’으로 매도
● 총선 승리 위해 이재명 용퇴도 고려해야
●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 꿈꾼다

2012년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내년 네 번째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모든 활동의 근간과 원동력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10월 12일 조간신문은 '총선 전초전 민주당 승리'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정권 심판론 통했다' '용산의 패배' 등 1면 머리기사로 전날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전했다. 당일 오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속보가 전해질 무렵,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안산시 상록구갑)과 마주했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보궐선거 결과로 시작해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패로 이어졌다. 먼저 진교훈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자 전 의원은 "국민들이 화가 나신 거죠"라며 운을 뗐다.

"강서구에 두 차례 지원 유세를 갔다. 시민들에게 다가가 '사전투표는 하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대답이 '아니 그 후보가 또…'였다. 그 사람(김태우 후보) 때문에 다시 선거를 하게 됐는데 어떻게 또 후보로 나와서 표를 달라고 하느냐는 얘기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현직 구청장 지위를 상실했고 그로 인해 보궐선거를 하는데, 원인 제공자를 사면·복권시켜 다시 후보로 냈다. 누가 공천을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의 관여가 없었다면 무리한 사면복권이 가능했겠나. 이것은 선출직에 대한 국민의 선택을 무시한 처사이며 그에 대해 국민들은 화가 난 것이다. 국민의힘이 패배한 첫 번째 이유다."

전해철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두 번째 패인으로 누적된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패를 꼽았다.

"김행 후보가 자진 사퇴하긴 했지만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가지로 자격 요건이 미달된 후보의 임명을 강행해 왔다. 심지어 인사청문회에서 노골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일도 있었다. 급기야 김행 후보는 청문회를 하다 나가버리지 않았나. 그런 사람을 임명해도 사흘만 지나면 국민들이 다 잊는 줄 알지만 그 영향은 다음 선거 결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인사가 10월에 있었다면 이듬해 4월 또는 7월에 치러지는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국민들이 정부와 당을 평가할 때 세금, 부동산 같은 정책도 보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인사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많다.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간과했고 국민들은 선거로 심판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인사 시스템 구축한 최연소 민정수석

전 의원은 법무법인 해마루에서 선배 변호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이 후보 교체론에 시달리자 '노무현 후보 지지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기여했다. 대선 승리 후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했고, 2004년 탄핵소추 기각 후 업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이 다시 제안했을 때에는 거절하지 못했다. 200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합류해 2006년 문재인 수석 후임으로 노무현 정부 두 번째 민정수석이 됐다. 당시 그가 세운 43세 최연소 민정수석 기록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는 2007년 12월까지 꼬박 3년 8개월간 청와대에서 권력기관 개혁, 과거사 정리, 사법개혁 등을 주도했다. 그중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수많은 인사 검증 실무를 담당했다.

또 19대 국회부터 경기 안산시 상록구갑에서 내리 3선을 하며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지명돼 자신이 인사 청문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인사청문 보고서에서 "후보자가 3선 국회의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국정 전반에 대해 쌓은 경험이 행안부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 정부의 인사 실패에 대한 그의 지적은 야당 의원으로서 하는 의례적 비판이 아니라 많은 경험에서 나온 실질적 조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임지지 못하면 차라리 손을 떼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자마자 김행 후보가 자진 사퇴했다. 너무 늦은 결단 아닌가.

"후보 개인의 문제를 떠나 인사 검증의 실패다. 앞서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어제(10월 11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부실 인사 검증이 도마에 오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가부 판단은 하지 않고 자료를 기계적으로 수집해, 의견을 안 넣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넘긴다'고 했다. 즉 자료 수집은 법무부에서 하고 판단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한다는 말인데 이는 엄청난 비효율일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인사 검증 절차가 이원화돼 있는 것이 왜 문제가 있나.

"기본적으로 검증은 자료를 취합하는 것보다 자료를 판단하는 게 어렵다. 수집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판단하고 계속 추가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김행 후보자의 경우처럼 백지신탁이 문제가 되면 주식 매각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해 누구에게 매각했는지, 매각 대상자와 어떤 관계인지 파악해 가는 것이 검증이다. 지금 정부처럼 수집과 판단을 따로 하면 책임은 어디에 있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대정부질문 때 한동훈 장관에게 인사 검증 책임이 분산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수차례 부실 검증 논란에도 한동훈 장관은 책임지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책임지지 못할 일이라면 차라리 손을 떼야 한다. 지금은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서로 책임 핑퐁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3년 8개월을 근무했다. 당시 어떻게 인사 검증을 했나.

"내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5명 또는 7명으로 팀을 꾸려 검증 작업을 했다. 검증 대상자의 자료를 수집하고 논의를 거쳐 '4대 3' 또는 '6대 1'로 결론을 내서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에게 보고한다. 결과가 '7대 0'이면 문제가 없는데 '5대 2여서 애매하다'라는 보고를 받으면 민정수석은 인사추천위에 가서 결과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가부에 대한 의견을 첨부해 대통령에게 올리는 프로세스다. 각 단계별 책임 소재가 분명했다. 실제로 인사수석이나 민정수석이 인사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정부가 폐지한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는 건가.

"당연하다. 일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전해철 의원은 2018년 펴낸 '함께한 시간 역사가 되다'에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는 철저히 시스템으로 움직였다고 다음과 같이 회고한 바 있다.
"각종 현안 및 정책이 체계화된 회의 시스템 안에서 논의되고 결정됐다. 노무현 정부의 인사 역시 추천과 검증 기능을 분리하여 밀실 인사를 중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한 시스템 인사로 바꾸었다. 이처럼 인사, 보고 체계 등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 시스템을 존중하고 시스템에서 벗어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제왕적 대통령이었던 적이 없다."

선거 3연패, 국민은 왜 민주당에 화가 났을까

화제를 민주당으로 돌려보자. 민주당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이전에 2021년 4·7재보선, 2022년 3·9대선과 6·1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를 했다. 무엇이 국민들을 화나게 한 건가.

"일단 대선 패배의 원인은 복합적인데 대략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말 지지율은 20%대였지만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까지 지지율이 40%를 넘었음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정권이 교체됐으니 전임 정부로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에 기여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공과를 따졌을 때 공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치러진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맞아 문재인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지지해 준 것이다. 둘째, 민주당 책임론이다. 0.73%포인트의 차이라도 진 것은 진 거다. 상대가 탁월한 후보도, 준비된 후보도 아니지 않았나. 패배의 원인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했는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우리끼리 위로하고 위안하는 데 그쳤다. 이런 안이한 태도가 '대선 연장전'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또 패배하는 원인의 하나가 됐다. 셋째는 후보 책임론이다."

대선에서 졌지만 이재명 후보는 보궐선거를 통해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77.8%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가 됐다. 후보 책임론에서 벗어난 것 아닌가.

"2012년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졌을 때 '친문'은 겸허히 반성하고 민주당이 새로운 당이 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물러났다. 그게 도리다. 내가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송영길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강력히 반대한 것도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대선에 진 사람이 바로 보궐선거에 나가나. 그것도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을 골라 출마할 수 있나. 전체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지원해야 할 당대표가 어떻게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을 하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후 나는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진 사람이 당대표 선거에 나가면 당연히 유리하다. 보통의 유권자들은 쉽게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선거에 나가면 되겠나."

대의원제 폐지 반대, 불체포특권 포기 반대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꺼내 든 '대의원제 폐지'를 반대하면서 친명계와 대립했고, 전해철은 당 내 '반(反)개혁적' 정치인의 대명사가 됐다.

"애초에 혁신위를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반대했다. 혁신위 카드가 나온 것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과 국회의원 코인 투자로 민주당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을 때다. 나는 이 일의 수습은 혁신위에 떠넘길 게 아니라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 봉투 의혹의 경우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하고 앞으로 경선에서 10만 원도 쓰지 않겠다고 제 살 깎는 아픔으로 자정 결의를 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당원들을 설득해서 하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을 혁신위에 떠넘긴 결과 지금까지도 당이 검찰 수사에 계속 당하고 있지 않나. 그러다 돈 봉투 의혹 사건의 해결책으로 뜬금없이 대의원제 폐지 혁신안이 나왔다. 대의원제는 직접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며 정당법에도 있는 제도다. 실제 지역에서 대의원이 없으면 당장 지역위원회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당에 대한 이해와 충성심이 높은 분들이다. 또 현재도 권리당원들이 선출직 대의원이나 전국 대의원, 지역 대의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있는 제도를 더 활용하면 되는데 왜 폐지를 하나. 이런 얘기를 의원총회에서 했고, 다수 의원들이 동의했다. 그럼에도 나를 반개혁적,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난한다면 기꺼이 그 비난을 받겠다."

9월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일부 친명 강경파를 중심으로 가결파를 색출해 징계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가결파인가 기권파인가.

"6월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치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무도한 검찰이 전방위로 압박해도 우리에겐 아무런 방어 수단이 없다. 그리고 불체포특권은 헌법상의 권리인데 왜 우리가 먼저 그 권리를 포기하느냐고 반대했다. 체포동의안의 가결·부결은 사안에 따라 의원들의 양식에 맡기면 되는데 아예 불체포특권을 포기해버리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나. 그러자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가 양보해달라고 이틀간 나를 설득하고 '정당한 영장 청구 시'라는 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안을 만들어 결국 동의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의원들을 '수박'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9월 21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가결한 사람을 색출하겠다고 한다. 표결 전날 나는 의총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니 당연히 가결해야 하지만 지금 당대표가 목숨을 걸고 단식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고민스럽습니다'라고 했다. 무슨 뜻이겠나. 그럼에도 가결, 무효, 기권 표를 던진 사람들을 향해 옳고 그름을 얘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 [조영철 기자]

수박 프레임 정치가 당을 망친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 엿새째에 현장을 찾아 위로했다. 민주당 결속을 위한 선택이었나.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한 것을 놓고 구원(舊怨)이라며 말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지난해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했지만 당선된 후에는 가장 먼저 이 대표를 만나 검찰과 싸울 수 있는 탄압대책위를 만들 것을 조언했고 나도 참여했다. 이번 단식 현장 방문은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과 무능함에 대한 이 대표의 주장에 동의하고, 그런 문제점을 알리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인사 참사, 불안한 안보와 부족한 외교 전략, 무리한 사정 정국 조성과 야당 탄압, 경제 전반의 침체로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국정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전임 정부 탓을 하며 분열의 정치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검찰이 진실과 실체를 밝혀가기보다는 이미 결론을 정해두고 형식적으로 조사하며 '망신 주기 수사'를 하고 있으며, 야당 대표에 대한 고려나 배려 없이 짜맞추기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사정 정국을 총선까지 몰아붙여 현 정부의 무능과 실책을 가리고, 물타기하려는 시도는 용인돼서는 안 된다. 이 대표와 함께 이런 문제 제기와 대응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수박 당도 감별 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일부 친명 강성 지지자들에 의한 비명(非明), 반명(反明)계를 향한 공격이 심화되고 있다.

"대의원제 폐지를 반대하자 그들이 안산 지역구 사무실 앞에 몰려와 규탄 집회를 열고 수박 깨기를 하며 '민주당에서 꺼져라' '수박의 뿌리를 잘라버리라'고 외치더라. '수박' 프레임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지역에서 '너는 수박이야' 하고 낙인찍히는 순간 당원들이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SNS에 '나는 수박이 아니에요'라고 밝힐 수도 없지 않은가. 같은 당내에서 이런 '프레임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손호철 교수가 '수박의 정치학'이란 칼럼에서 '당을 전체주의로 이끌어가고 있는 개딸과 친명 강경파들이야말로 당을 망치고 국민의힘을 도와주는 국민의힘 프락치인 '진짜 수박들'이라고 했다. 동의한다."

사법 리스크 해소한 이재명 다음 선택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됐다. 검찰이 지난 2년여 전방위로 수사를 했음에도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법원에서 구속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 더는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 '검찰 리스크'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것과 내년 총선을 누가 이끌고 갈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대표의 용퇴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정당은 기본적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선거에 나가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조직이다. 지금부터 민주당의 결정은 철저하게 총선 승리에 맞춰져야 한다. 희생과 헌신,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로서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게 좋은지, 공동선대위나 비대위로 가는 게 좋은지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총선 전 용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당대표는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한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낙선)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노무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가치는 무엇이며 지금도 유효한가.

"현실 정치 입문은 2004년 청와대에 들어가면서부터라고 해야겠지만 2008년 출마를 결심한 것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추진해 온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 10·4 남북공동선언을 통한 남북평화, 서민경제, 균형발전 등의 가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활동의 근간과 원동력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제로 원칙을 지키려고 했고 상식적인 정치, 상식적인 국정을 펼치고자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로 이어졌다. 지금도 나는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갑에서 3선을 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출마 제한, 중진 의원의 험지 출마, 86세대 용퇴론 등이 대두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전략이라고 보나.

"출마 여부는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야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당의 시스템 공천 제도가 무너진다. 민주당은 이미 2015년에 혁신의 일환으로 공천권의 자의적 행사를 막기 위한 시스템 공천 제도를 제도화했다. 민주당 당헌에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심사 기준과 방법 등 후보자 추천에 필요한 규정과 절차는 해당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고 공표하여야 한다'고 돼 있고, 경선 방법도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도록 돼 있다. 이는 선거 직전 경선 방법을 임의로 정함으로써 줄 세우기의 폐해를 만드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만들어 놓고 안 지키는 것이 당을 퇴행적으로 만든다. 그런데 공천은커녕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친노 계파는 없어도 '노무현의 정치'는 계속된다

친노·친문 핵심 인물로 꼽히지만 유난히 당직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년 총선에서 '친노 핵심'이라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삼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 프레임'으로 배척당해 주요 당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같은 정당이라도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서로 토론하고 경쟁해서 소신대로 당을 운영하고 또 당원들의 선택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기도 하는 것은 건강한 정당의 모습이다. 문제는 정치적인 철학이나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공천 등을 목적으로 계파를 만들어 경쟁하고 당권을 잡으면 나눠 먹기를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계파 갈등이 노출되면 국민들은 정치에 부정적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친노' 계파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전해철 의원은 "도리와 염치를 지키는 것이 노무현의 정치"라면서 "상대를 짓밟는 정치가 아니라 조금 돌아가더라도 절차를 지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4선 고지를 넘는다면 2024년 8월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해철 의원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동아 11월호 표지]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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