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4%대·적금 잘 고르면 13%까지… ‘선납이연’에 ‘풍차’돌리면 재미 쏠쏠하네
선납이연
매달 일정액 꼬박꼬박 납부 아닌
일부 선납 뒤 나머지는 추후 납부
상품 가입 전 가능 여부 확인해야
풍차돌리기
매월 새로운 예·적금 가입 방식
돈 쉬지 않고 돌려 원리금 수령
모두 재예치하면 복리효과 톡톡
#직장인 박모(39) 씨는 최근 4년간 투자해 온 반도체 주식을 손절하고 ‘연 4.3%’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코로나19 직후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고점에 주식을 매수했지만, 등락을 거듭하며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우대금리를 더하지 않더라도 연 4%대의 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앞으로 연 7∼8%대의 적금 상품에도 가입해 자금을 불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끌어모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만기 12개월)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예·적금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는 연 4%를 넘어섰고, 우대금리를 더하면 연 10%대의 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까지 나타나면서 안전한 ‘예테크(예금 재테크)’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1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날 기준 19개 시중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37개 예금 상품(1년 만기 기준) 중 최고 금리가 연 4% 이상인 예금은 19개로 집계됐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연 4.35%)을 비롯해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연 4.05%),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연 4.05%),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연 4.05%),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연 4.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연 4.0%)’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를 넘어섰다.
적금으로 눈을 돌리면 더 높은 금리를 누릴 수 있다.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금융회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연 3%대 기본 금리에 우대금리를 더하면 연 10%대를 넘는 적금 상품이 여럿 보이는 것이다. 전북은행 ‘JB슈퍼씨드 적금’(최고 연 13.6%), 광주은행 ‘광주은행제휴적금with유플러스닷컴’(최고 연 13.0%), 우리은행 ‘데일리 워킹 적금’(최고 연 11.0%) 등이 대표적이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파킹통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식·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를 기다리는 여유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OK저축은행의 파킹통장 상품인 ‘OK읏백만통장Ⅱ’의 경우 최고 연 5%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구체적으론 100만 원 이하엔 최고 5%, 100만 원 초과∼500만 원 이하엔 최고 4%, 500만 원 초과엔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올저축은행의 ‘FI 커넥트 통장’, DB저축은행 ‘M-Dream Big 파킹통장’의 경우도 각기 3000만 원, 5000만 원까지 최고 연 4%의 금리를 적용한다. NH저축은행 ‘NH FIC-One 보통예금’은 1억 원까지 최고 연 3.8%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1억 원까지 연 3.5%를 적용하고 있다.
예금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은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 원으로 전달보다 10조1698억 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보통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금을 뜻한다.
이처럼 시중에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늘어나면서 납입액을 조절해 예·적금을 동시에 굴리는 ‘선납이연’과 매월 새로운 예·적금에 가입해 돈을 쉬지 않고 돌게 하는 ‘풍차 돌리기’ 등 ‘예테크’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선납이연’은 적금액 일부는 먼저 납부(선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납부(이연)하는 식으로 월 납입액을 조절하는 예테크 기법이다. 월 납입액을 미리 내면 ‘선납일수’, 늦게 내면 ‘이연일수’가 생기는데 이 둘의 합이 0을 넘기기만 하면 만기에 약정된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금융권 중에선 적금 약정조건에 따라 선납이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가입 전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과거 유행하던 ‘예·적금 풍차 돌리기’는 풍차가 계속 돌아가는 것처럼 돈을 쉬지 않고 굴려 불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풍차 돌리기로 매월 1년 만기 예·적금 상품에 새로 가입하면 1년 뒤부터 매달 만기가 차례로 도래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만기 때 받은 이자는 생활자금으로 쓰고 원금만 재예치하거나, 원리금을 모두 재예치하면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월 10만 원짜리 적금(1년 만기)을 1개씩 가입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월 납입액이 순차적으로 늘어나기에 초기 부담은 덜하다. 이렇게 1년 총 12개의 적금에 가입하면, 13개월 차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와 매월 원금 120만 원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제 경기가 불확실하고,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부동산 시장의 반등 시기를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적 경제 상황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적금에 당분간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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