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에 부는 초개인화 바람…선택 아닌 필수 [긱스]
윤정원 필라이즈 부대표 기고
초개인화 건강·영양 관리 플랫폼업체 필라이즈의 공동창업자 윤정원 부대표가 최근 국내외의 건강관리 초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한경 긱스(Geeks)에 전해왔습니다.
‘쇼핑엔 쿠팡, 금융엔 토스, 여행엔 야놀자. 생활의 중요한 부문에는 모두 대표 서비스가 있는데 왜 건강 분야엔 아직 슈퍼플랫폼이 없을까?’ 인생에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사람들의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한 번에’ 도와주는 대표 서비스가 없다는 생각에서 서비스 ‘필라이즈’는 시작됐다.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근무했던 데일리호텔을 야놀자에 매각하고 나온 2020년, 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7년여의 강행군으로 이틀 밤을 새워도 끄떡없던 체력이 시들해지고 건강 검진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몸을 돌보고자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등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했고 술도 줄였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이것저것 찾아 먹기 시작했다. 혈당에는 바나바잎추출물이 좋다던데, 콜레스테롤에는 레시틴이 좋다던데, 하는 주변 사람들의 추천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정보들을 숙지하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영양제가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발견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맞춤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사람의 몸은 키, 체중, 유전적 요소,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저마다 다르다. 같은 운동을 해도 효과가 다르고, 필요한 영양제가 서로 다르다.
일례로 몇몇 온라인의 대형 커뮤니티에는 영양제를 상담하는 게시판이 있는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상담받고자 하는 내용이 매우 개인적이고 구체적이다. '간수치가 높고 통풍이 있는데 멀티비타민을 고를 때 비타민B3 용량이 어느 정도인 것을 골라야 좋을까요' 라든가 '40대 후반 여성이고 부정맥에 고지혈증이 있는데 오메가3를 장기 복용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이 올라온다.
둘째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점이다.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할 기회는 제한적이고 주어지는 시간도 부족하다.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들은 파편화되어 있고 출처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위의 예시로 든 상담 게시판에서도 비전문가들이 알음알음 파악한 지식으로 답변하기 일쑤다. 몇몇 영양제 인플루언서들의 의견에 쉽게 호도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비전문적인 상담은 영양제의 잘못된 섭취와 부작용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기도 하다.
셋째로 사람들이 건강 정보를 해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내용을 모두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헬스 리터러시(건강정보 문해력)’가 낮으면 답변을 받더라도 정보의 이해도 어렵고 선별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자세히 알아보는 걸 포기하고, 지인의 추천이나 마케팅에 의해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필라이즈는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초개인화 건강 관리 플랫폼이다. 특히 영양제 맞춤 분석과 추천에 강점이 있다. 특허를 받은 초개인화 건강 AI가 건강검진 결과, 복용 중인 약, 기저 질환 등 개인의 건강데이터를 분석하고, 섭취 중인 영양제가 적절한지 100점 만점으로 쉽게 알려준다.
식약처와 FDA의 공식 정보, 신뢰도가 높은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맞춤 분석을 해준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양제 분석 기능은 1년 반 만에 누적 분석 건수 80만 건을 돌파했다. 분석 내용을 점수로 표현하고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어 큰 인기를 끌면서 서비스 월 사용자 수는 75만 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본인의 분석 결과를 가지고 약사와 1:1 상담이 가능한 QnA 기능도 운영하고 있는데 매일 상담을 위해 운영 시작 시각에 대기할 정도로 사용자 반응이 뜨겁다.
초개인화 시대, 영양제는 어떻게 초개인화 되는가
이처럼 영양제를 다룰 때는 단순히 기대 효과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데이터(PHR·Personal Health Record)에 입각해 '초개인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부작용 가능성은 줄이고 효과는 키울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영양제의 '초개인화' 흐름이 거세며 온라인 설문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분석하고 조합하여 배송하는 '페르소나(Persona)'는 회사를 설립한 지 2년 만인 2019년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식품 기업인 Nestlé에 매각됐다.
아마존(Amazon)은 '아마존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헬스케어는 원격 진료,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영양 관리 조언을 제공한다. 아마존은 영양제 브랜드와 협력해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영양제 관리에 초개인화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자의 건강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 영양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허브), 오플닷컴), GNC와 같이 영양제 관리에 초개인화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자의 건강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 영양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춤 영양제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와 목표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고 있다. 월 40$ 내외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비타민, 미네랄, 유산균, 허브, 단백질 보충제, 콜라겐이나 남성·여성 전용 영양제 등을 개인의 몸 상태에 맞춰 보내준다.
특히 최근 페르소나는 유전체 데이터 글로벌 기업인 '23andMe' 등에서 얻은 DNA 결과를 활용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과학적 근거와 신뢰를 탄탄히 쌓고 있다. 이 외에도 ‘Care/of’, ‘Ritual’ 등의 맞춤 영양제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다. Care/of 또한 독일의 거대 제약회사인 Bayer 사에 2020년 매각됐는데 이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맞춤 영양제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063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9.5%씩 성장해 2025년에는 5조444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도 맞춤 영양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맞춤 영양제 시장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유전 정보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시장이다.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3년 글로벌 맞춤 영양제 시장 규모는 약 1150억 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10% 이상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영양제 시장도 변화 중이다. 국내에서도 페르소나처럼 맞춤형 영양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 12개 업체가 건강 기능 식품의 소분 판매를 허가한 규제 샌드박스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맞춤 영양제를 접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에서는 약국 맞춤 건강기능식품 소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5월부터 실증특례를 본격화하여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맞춤 소분 건강기능식품은 제형과 원료의 다양성, 생산과 재고 관리의 어려움, 안정성 입증과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건강의 ‘초개인화’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국내 영양제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영양제를 넘어 식단과 운동까지 초개인화로 관리하는 시대
건강은 영양제 하나로 지켜지지 않는다. 건강의 주요 4대 조건은 훌륭한 영양,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이다. 필라이즈는 이를 반영하여 식단 관리, 운동 기록 등 건강의 다른 카테고리를 모두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카테고리는 영양제와 마찬가지로 '초개인화 AI'에 의해 개인별 맞춤으로 관리된다.
식단 관리 역시 해외에 여러 초개인화 서비스 사례가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미국의 대표적인 식단 관리 서비스인 눔(Noom)으로 눔은 사용자와 눔코치를 1:1로 매칭하여 식단 관리를 도와주는 맞춤 코칭 기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 매출 1200만 달러에서 2020년에는 4억 달러까지 매출이 늘어나는 등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초개인화 식단 관리의 성공에 힘입어 눔은 서비스의 외연을 확장하여 눔 무드, 눔 메드 등으로 건강 관리 카테고리를 늘리고 있다. 눔 무드는 특히 스트레스 관리에 특화되어 있는데 유저의 나이, 수면 습관, 혈압 및 기타 사용 중인 치료법을 확인하여 적합한 스트레스 관리법을 추천하고, 정신 건강 수준과 스트레스의 원인, 현재 걱정거리 등을 설문하여 현재의 스트레스 수준을 알려주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외에도 다양한 맞춤 건강 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고한다.
애플은 헬스케어 앱인 '건강' 앱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강 앱은 혈당, 혈압, 심박수 등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워치와 연동되어 있으며,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건강 관리 조언을 제공한다.
구글 역시 '구글 핏(Google Fit)' 앱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구글 핏은 다양한 건강 기기와 연동되어 있으며, 사용자의 운동 기록, 수면 기록, 식습관 등을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맞춤형 건강 관리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부의 건강 마이데이터(PHR) 활성화 로드맵
이런 세계적인 '초개인화'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 정부도 여러 인프라 측면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금융 분야의 마이데이터 성공 사례에 힘입어, 개인이 자신의 의료 데이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헬스웨이'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24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마이헬스웨이’가 활성화되면 의료기관의 진료 정보, 개인의 건강 정보, 공공기관 정보를 개인이 원하는 곳에 한데 모아 조회하거나 제공하여 진정한 의미의 '초개인화' 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표준화,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법규의 제정 등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3월 개인정보 제3자 전송요구권에 대한 내용이 담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초고령 사회에서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건강 수명이다. 아프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수명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은 잃고 나서 챙기려면 돈이 많이 든다. 시간도 많이 들고, 주변 사람도 힘들어진다. 건강을 챙기는 것이 성공적인 자기 관리의 한 축이 되고, 적은 노력으로 미리 건강을 챙기려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바람이 거세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더 건강한 삶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바람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도록 헬스케어 및 웰니스 서비스들이 앞으로 한층 더 성숙하고 진화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윤정원 필라이즈 부대표(공동창업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데일리호텔의 CSO와CMO를 역임했다. 2021년 필라이즈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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