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사인 선물, 옛 스승과 재회…베트남, 韓과 잊지 못할 평가전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6대 0으로 경기를 마친 손흥민이 베트남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베트남은 한국과 평가전에서 완패를 당했지만 좋은 경험과 뜻깊은 추억을 얻었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한국에 0 대 6 패배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인 베트남에게 26위인 한국은 너무 강한 상대였다.

큰 점수 차로 졌지만 트루시에 감독은 선수들이 한층 성장할 거란 믿음이 생겼다. 그는 "패배와 스코어는 놀랍지 않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와 경험치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이번 경기를 통해 베트남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경험"이라며 "월드 클래스, 하이 레벨 팀을 상대로 뛰는 것이 엄청난 기회다.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국 축구 대표팀을 지휘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결과에 비해 어려운 경기였다. 베트남에 존중을 표한다"면서 "베트남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모든 것을 쏟은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베트남 선수들은 완패를 당했음에도 얼굴에 실망감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가 활짝 피었는데 바로 '월드 클래스' 손흥민(토트넘) 때문이었다.

경기 전부터 베트남의 최대 관심사는 손흥민이었다. 2020-2021시즌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3골)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격수와의 만남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이에 베트남 선수들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달려가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베트남의 주장 퀘응옥하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손흥민은 최근 사타구니 통증을 앓았지만 베트남을 상대로 풀 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4만여 명 만원 관중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다. 후반 15분에는 네 번째 골을 터뜨려 팀의 6 대 0 완승에 기여했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베트남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수원=박종민 기자

베트남 선수들은 경기 전에도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옛 스승인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과 반가운 재회가 성사됐다.

경기 전 박 전 감독은 양 팀 선수 격려 시간에 격려자로 참석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열린 A매치 행사에서 직전에 지도했던 외국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한 것은 박 전 감독이 처음이다.

박 전 감독은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5년간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우승(2019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둬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은 박 전 감독과 재회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날(16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베트남 수비수 도두이만은 "감독님의 방문은 선수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비록 완패였지만 여러모로 잊지 못할 평가전일 것이다. 베트남 선수들은 값진 선물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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