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유럽 출장 간다"는 클린스만, '한국 출장 종료' 아닌가[초점]

이재호 기자 2023. 10.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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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주말에 유럽 출장이 예정돼 있다."

향후 일정을 묻는 질문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당당하게 '유럽 출장'을 얘기했다. 그런데 한국보다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긴 클린스만 감독에게 한국에 온 것이 오히려 출장이 아니었을까.

즉 다시 해외로 돌아가는 것이며 한국 출장이 이렇게 종료된 것일뿐인 클린스만이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0월 A매치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6-0 대승했다.

전반 6분만에 오른쪽 코너킥을 이강인이 왼발로 감아올렸고 문전에서 김민재 혼자 날아올라 헤딩 선제골을 가져간 한국. 전반 27분에는 이재성이 중원에서 불안한 자세에도 절묘한 왼발 스루패스를 전방으로 찔렀고 박스 안 왼쪽 중앙으로 달려가 공을 받은 황희찬이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6분 손흥민이 중앙에서 이재성과의 2대1패스 후 박스 안 왼쪽에서 문전으로 오른발 패스했고 조규성과 경합하던 수비의 발에 맞고 자책골이 돼 3-0이 됐다. 후반 15분에는 오른쪽에서 낮은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왼쪽에 있던 황희찬과 2대1 패스를 이어받아 박스 안에서 오른발 낮은 슈팅으로 4-0을 만들었다.

베트남은 네 번째 실점 직후 한국의 공격에서 손흥민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백태클을 하다 퇴장까지 당했고 후반 25분 한국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의 박스 안에서 왼발 슛까지 골이 됐다. 후반 41분에는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슈팅한 것이 수비 굴절돼 골키퍼가 넘어진 상황에서 겨우 막은 것을 문전 쇄도한 정우영이 리바운드 공을 밀어넣어 6-0을 완성했다.

지난 13일 튀니지전 4-0 대승을 더해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A매치를 2경기 10득점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마쳤다. 물론 튀니지가 마냥 약팀은 아니긴 하지만 베트남이 피파랭킹 95위 약팀이라는 것도 고려되어야하는 결과.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 어떻게 공격해야할지 알게 됐다'며 베트남과의 평가전이 의미없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주말에 유럽 출장이 예정돼 있다"며 "이재성의 마인츠05와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이 맞붙는 분데스리가 경기를 볼 것이다. 이후 집에서 휴식한뒤 11월1일 한국에서 FA컵 4강전을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후 다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간다"고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 같은 조에 속한 중국-싱가포르-태국전을 앞두고 싱가포르 대표팀 점검을 한다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허울 좋을 뿐이다. 이재성과 김민재는 A대표팀에서 직전까지 충분히 활용하고 지켜봤다. A매치 후 곧바로 가는데 상태가 달라질 것도 없다.

ⓒ연합뉴스

또한 한국 FA컵을 갔다가 다시 싱가포르를 가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미지수다. 싱가포르 대표팀은 같은조에서도 최약체로 괌을 최근 2-1, 1-0으로 겨우 이긴 팀이다. 괌은 피파랭킹 201위, 싱가포르는 157위다. 출장까지 가서 분석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

지금 클린스만에게 필요한 것은 K리그 선수 점검이다. 베트남전에서도 한국의 4백 수비는 베트남 공격에도 여러번 실점 위기를 맞았었다. 이것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클린스만 감독은 휴식을 빙자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4백 수비 중 김민재를 빼고 모두 교체했다.

당연히 활약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왼쪽 풀백 이기제는 시즌 중반까지 좋았지만 후반기 들어 폼이 상당히 떨어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수원 삼성에서 염기훈 감독 대행이 들어서며 주장 완장까지 내려놓았을 정도로 팀내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

오른쪽 풀백이었던 설영우는 최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로 갔음에도 결승전에서 주전 자리를 뺏길 정도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했다. 정승현 역시 울산 현대의 최근 부진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선수. 이런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했으니 활약이 좋지 않은건 어쩌면 당연하다.

새로운 얼굴 혹은 매번 뽑는 선수의 K리그에서의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선발로 기용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공격이야 해외파가 많지만 김민재를 제외하곤 대부분 국내파를 기용할 수밖에 없는 수비라인을 위해서라도 K리그에서 직접 선수를 확인하고 발탁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해외 출장을 또 간다니. 이미 언론을 통해 3월 감독 부임 후 현재까지 국내에 체류한 시간보다 해외에 체류한 시간이 더 긴 것이 알려졌다. 이번에도 또 해외를 나가고 잠시 한국에 왔다 또 해외를 나간다고 대놓고 공표한 클린스만.

이정도면 해외 출장이 아닌 한국 출장이 종료되고 다시 해외로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한 클린스만의 행보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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