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테러 악몽 떠올라"…핏자국 선명 '브뤼셀 총격' 현장
"제가 사는 집 불과 1㎞ 거리에서 총격 테러라니. 희생자가 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끔찍하고 무서워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벨기에 브뤼셀 도심 한복판에서 총격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인 17일(현지시간) 사건 현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야쿠프(24) 씨는 벌게진 눈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귀가했는데, 사방에 경찰들이 포진해 있어 깜짝 놀랐다"며 "희생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아 추모하러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의 뒷모습만 촬영해달라고 부탁한 그는 미리 준비해온 꽃 두 송이를 사건 현장에 헌화했습니다.
당국과 소셜미디어(SNS) 게시 영상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15분쯤 브뤼셀 생크테레트 광장에 있는 건물 인근에서 형광 주황색 조끼를 입은 범인이 스쿠터를 타고 달려와 최소 8차례 총격을 가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근을 지나던 스웨덴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특히 희생자들은 총격에 놀라 몸을 피하기 위해 근처 건물 안으로 피신했지만, 범인이 뒤쫓아 들어오면서 총구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건물에는 관계자 외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으나, 참담했던 전날 상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벽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바닥은 이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흙이 뒤덮여 있었습니다.
건물 1층의 대형 유리창 한쪽도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총격 직후 달아났던 용의자는 하루 만인 이날 오전 당국의 대대적인 수색 끝에 브뤼셀 북부 스하르비크 지역의 한 카페에서 경찰에 사살됐습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범인이 튀니지 출신의 불법 체류자로, '스웨덴' 축구팬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사건 당시 현장에서 약 5㎞ 떨어진 경기장에서 벨기에와 스웨덴의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가 열리고 있었으며, 후반전이 취소된 바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범인이 숨졌다는 당국 발표 이후에도 이번 사건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범인이 총격 직전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목격담이 나온 데 이어 범행을 자처하는 이가 사건 직후 SNS를 통해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이슬람국가) 추종 발언을 하는 등 '단순 범죄'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돼서입니다.
스웨덴의 경우 현지에서 발생한 이슬람 경전인 쿠란 소각 시위에 분노한 이슬람권의 '보복 위협'이 꾸준이 나왔고,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유럽 각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세력의 테러 가능성도 고조된 상황입니다.
벨기에 연방검찰도 이날 현지 공영방송 VRT에 범인의 SNS에 "당초 우리는 가자지구 사태와는 연관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범인이 SNS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는 게시물을 몇 가지 공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나미아 헤레라(46) 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가 흉흉한데, 언제 어디서고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프리랜서 영상촬영 기자라고 밝힌 알렉스 뤼트먼(38) 씨도 "2016년 브뤼셀 테러 이후 한동안 유사 사건에 대한 공포감이 엄청났다"고 회상하면서 "IS가 언급되니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그때의 악몽이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 브뤼셀 테러는 당시 IS 조직원들이 공항과 도심 지하철역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30여 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친 사건입니다.
벨기에 국가위기센터는 사건 직후 브뤼셀 지역의 테러위험등급을 3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4단계로 격상했습니다.
2016년 테러 이후 7년 만입니다.
센터는 "더욱더 경계심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여행을 피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벨기에 나머지 지역은 3단계로 유지됐습니다.
아울러 벨기에 당국은 현지 스웨덴인 관련 지역에 대한 보안 조처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주벨기에 한국 대사관도 이날 재외국민보호 안전공지를 통해 교민들에게 "시내 방문 시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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