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동행 직전 병원 공습…확전 차단 외교 노력 '타격'
18일 오전 도착 예정…요르단서 개최 예정이던 4자회담 취소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가자지구의 병원 공습 이후 민간인 500여명이 숨진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이 축소됐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일정이 취소됨에 따라 이스라엘에만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착 예정시간은 현지시간 18일 오전으로 알려졌다.
순방 목적은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고,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또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해법 논의도 있다. "가자지구를 재점령하지 말 것"을 이미 경고했기 때문에 보복 공격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가자지구 내 병원이 공격을 받아 대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확전 방지를 원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이집트·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4자 정상회담을 실시,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가자시티의 알 알리 아랍(al-Ahli Arab) 병원이 공습을 당해 500명 이상이 사망하자 암만에서의 회담이 전격 취소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협의한 후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발표한 애도 기간을 고려해 요르단 방문을 연기한다"면서 "대통령은 가자지구 병원 포격으로 무고한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조만간 이집트, 팔레스타인, 요르단 지도자들과 "직접 협의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 동안 각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직접적으로 관여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병원 공습을 부인하고 있어 공격 책임이 불분명하고, 요르단 회담 마저 취소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중동 방문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중동 방문 기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관리들과만 대화하고, 팔레스타인 측 인사들과 만나지 않을 경우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만 방문해 하마스를 축출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지원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가자 병원 공습 사건은 내년 선거 캠페인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내세우려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유엔 국장 리차드 고완은 "이런 종류의 모호하지만 끔찍한 사건은 외교를 더 어렵게 만들고 확대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미국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전쟁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의 랜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와서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되풀이할 경우 상황이 매우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가자시티에 있는 알 알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최소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습 당시 병원에는 수백 명의 환자를 비롯해 집을 잃은 민간인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군이 대량 학살이자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강력 반발했고, 압바스 수반은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가자지구 의 병원 공습은 이스라엘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한편, 이번 공격은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공격의 소행이 누구인지 정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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