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크라운' 에이스, 타격왕⋅최다안타왕 있는데...꼴찌 후보→4위 기적, 하지만 왜 아쉬울까
[OSEN=조형래 기자] 모두가 꼴찌 후보로 꼽았던 NC 다이노스였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평가는 선수단을 더욱 이 악물게 만들었고 결국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하는 쾌거를 거뒀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NC는 지금의 성적표가 아쉬울 수 있다.
NC는 지난 17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1-7로 패했다. 16일 KIA전도 2-4로 역전패를 당하는 등 2연패를 당한 NC는 두산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한 SSG 랜더스에 밀려서 4위로 내려앉고 정규시즌을 마무리 했다. NC는 오는 19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지난 15일까지만 하더라도 NC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의 꿈에 부풀었다. NC는 15일 삼성을 상대로 5-3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단독 3위로 올라섰다. 4위는 이미 확보한 상황. NC는 이미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KIA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면 두산과 SSG의 결과와 관계 없이 3위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또 SSG와 두산이 2연전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NC에 유리한 경우의 수가 더 많았다. SSG와 두산이 1승1패를 나눠가지기만 해도 NC가 2패만 당하지 않으면 됐다. 하지만 NC는 2연패를 당했고 SSG는 2연승을 하면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했다.
사실 NC 입장에서는 올해 충분히 기적을 쓴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주전 포수이자 핵심 포수인 양의지가 FA 자격을 얻고 두산으로 리턴(4+2년 152억 원)했고 거포 내야수 노진혁도 롯데로 이적했다(4년 50억 원). 핵심 불펜 투수였던 원종현도 키움으로 떠났다(4년 25억 원).
그러나 NC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이, 이보다는 잇몸으로, 더 악착같이 달라붙으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손아섭과 박민우가 부활했고 박건우도 건재했다. 통산 타율 5위권에 위치한 3명의 선수들이 타선을 진두지휘했고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도 시즌 초반 부상과 적응기를 딛고 거포의 면모를 과시했다. 여기에 김주원과 서호철 등 젊은 야수들이 성장해서 자리를 잡았다. 불펜진도 시행착오를 딛고 류진욱 김영규라는 20홀드 필승조 듀오를 만들었고 마무리 이용찬과 조화를 이뤘다.
무엇보다 선발진에서 리그 최강의 에이스가 버티고 있었고 타선에서는 안타기계가 끊임없이 안타를 가동했다. 에릭 페디와 손아섭이 올해 NC의 투타 핵심이었다. 페디는 올해 ‘생태계 교란종’으로서 리그를 압도했다. 페디는 올해 30경기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180⅓이닝 40자책점), 209탈삼진의 괴물 같은 기록을 남겼다. 37년 만에 역대 5번째 20승과 200탈삼진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6일 시즌 최종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타구에 오른팔을 직격 당하는 부상으로 강판 당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이 무산됐다. 하지만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2011년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경사를 맛봤다.
지난해 롯데에서 NC로 이적한 뒤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던 손아섭은 올해 비시즌 미국으로 건너가 강정호의 도움으로 발사각을 수정했고 전성기에 버금가는 성적으로 부활했다. 올해 140경기 타율 3할3푼9리(551타수 187안타) 5홈런 65타점 97득점 14도루 OPS .836의 기록을 남겼다. 손아섭은 그동안 자신의 숙원과도 같았던 타격왕 타이틀을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따냈다. 2위만 두 번(2013년, 2020년) 겪고 거둔 쾌거다. 그리고 김혜성(키움)을 제치고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이 두 선수가 정규시즌 공식 개인 타이틀을 무려 5개나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NC는 4위에 머물렀다. 결국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페디 외에는 빈약했던 선발진은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구창모가 다시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선발진 구성이 쉽지 않았고 이재학 신민혁 송명기 이용준 최성영 등 토종 선발들은 부침을 거듭했다. 페디의 파트너도 와이드너에서 태너로 교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겨우 안정을 찾았다.
타선에서는 손아섭 외에는 꾸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역시 부상자들이 문제였다. 박민우 박건우 마틴 권희동이 버티는 상위타선은 리그 최정상급이었지만 이들 상위타선에서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면 타선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러한 불균형의 전력은 시즌 내내 잘 버텼지만 9월 말 무너졌다. 9월30일 대구 삼성전부터 10월5일 인천 SSG전까지 내리 6연패를 당한 게 막판 순위 싸움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은 이유였다. 결국 올해 NC가 기대 이상인 4위의 성적을 거두고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NC는 다소 침울한 분위기를 안고 19일부터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한다. 상대는 가을야구 베테랑인 두산. 선수단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두산의 ‘가을 DNA’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에이스 페디를 정규시즌 순위 싸움을 위해 조기에 소진했고 또 부상까지 당한 상황이라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장은 불가능하다. 준플레이오프에 가서야 페디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 박건우의 허리와 무릎 상태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과연 NC는 3년 만에 복귀한 가을야구에서 정규시즌 막판 아쉬움을 딛고 반전의 포스트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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